(증권강국, 글로벌로 간다)<4부>(35)시리즈를 마치며

  • 등록 2007-12-11 오전 11:10:00

    수정 2007-12-11 오전 11:33:41

[이데일리 증권부] `증권강국, 글로벌로 간다` 시리즈를 통해 증권사들이 왜 해외시장에 진출하려 하는지에서부터 증권사 해외진출 전략은 무엇인지, 진출 현지 상황은 어떤지 등을 면밀히 살펴봤다. 또 한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선진 투자은행들의 CEO들로부터 `성공적인 해외진출 전략`에 대해 들어보고 증권업협회장의 해외진출 지원 계획을 알아보는 기회도 가졌다. 시리즈를 마감하며 해외 현장을 누볐던 기자들과 기획에 도움을 줬던 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취재과정의 느낀 점과 의문점들에 대해 진솔한 얘기가 오갔다.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을 중계한다. (편집자주)
 
▲ 해외 취재를 다녀온 기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취재 뒷얘기를 나눴다.

 
박호식 팀장 
먼저 해외 취재를 위해 고생하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보냅니다. 국내에서 해외진출 얘기를 들었을 때와 현장에서 영업하시는 분들을 만났을 때 느낌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김세형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가서 증권업과 자원개발을 살펴봤는데, 너무 초창기라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IMF외환위기 이전에 나갔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고생이 심할 것 같았습니다. 이미 인도네시아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장악하고 있고 현지 증권사도 많아 국내 증권사가 기반 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진출 계획이 의욕만 앞서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승찬 기자 홍콩을 가봤습니다. 홍콩은 우리보다 좋은 시장이고 국제적 스탠다드가 형성된 시장이죠. 국내 증권사들이 이머징마켓으로 많이 들어가는데 그 논리가 `예전에 국내시장이 다소 기반이 약했을 때 외국인들이 와서 각종 투자기법으로 수익을 올렸듯이 우리도 이제는 어느정도 체력을 쌓았으니 이머징마켓에서 뭔가 해보겠다`는 것이더군요.

안재만 기자 베트남의 경우 땅값이 비싸서 예전에 선진국 금융기관이 우리나라에 진출했을때와는 또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헐값에 부동산 사고 되팔아 외국인 돈 벌었는데 베트남은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베트남이 이머징마켓이라고 하지만 부동산도 싸지 않아서 국내 금융기관이 땅을 사기도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확실히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진철 기자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96년쯤에는 국내 증권사들이 상하이에 지점도 개설하고 했는데 현지 사정도 그렇고 외환위기 등으로 인해 철수하고 4군데 정도만 남아있어요. 가장 오래된 사무소가 내년이면 10년입니다. 10년동안 성과가 있었느냐에 대한 회의도 있습니다. 현지 직원들이 잘못해서라기 보다 중국의 개방속도가 너무 더뎌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JP모간, 메릴린치 등 외국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박호식
기대를 잔뜩 안고 갔다가 `현실`을 보고 왔군요.

안승찬 이번에 홍콩에 가서 여러 관계자를 만나면서 든 생각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였습니다. 베트남 카자흐스탄 몽골 등 그런 시장들이 그렇게 좋은 시장인지,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그런데 안가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리스크가 높다는 것이죠. 예전에 IMF 이전에 많이 진출했다가 고전하고 철수했는데 지금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 등으로 환경이 좋아지면서 많이 다시 나가는 듯 한데 예전과 크게 다른 논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세형 회의론자들은 예전처럼 나가기만 할 뿐 실익이 없다고 보기도 합니다.

이진철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머징마켓에 진출하는 것은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것으로 봅니다. 안정적인 것을 원한다면 선진시장으로 가면 되지 않나요? 증권사들이 선진시장에 사무소도 있고 한데 거기에서 왜 돈을 벌지 못하느냐면, 선진시장에는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이 진출해있고 시장도 구조화돼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돈 벌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반면 이머징은 구조화되지 않았고 자본시장 초기단계입니다. 이는 글로벌 IB나 우리나 똑같이 진출해서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죠.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문제가 있지만 리스크 없이 고수익이 가능하겠습니까?

박호식 긍정적인 시각과 비관적인 시각이 공존하네요. 업계에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주익수 현대증권 국제영업본부장 외국인들이 지난 92년에 국내시장이 개방돼 들어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때는 수익을 크게 얻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위험도를 따지지 않고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둔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인데 이와 비교하면 초창기엔 당연히 리스크가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외국인들이 너무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는 우려도 있지않나요? 너무 조급하게 보지는 말아야 합니다. 지금 증권사들이 해외에 진출한다고 시끄럽지만 나름대로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몇 년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유성 대우증권 국제영업본부장 최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특정국가에 많은 금융기관들이 사무소 개설 등 투자에 나서는 배경에는 국내시장은 작고 국내에서 돈 벌 수가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그럼 왜 선진IB들은 이머징마켓에 안가느냐 하면, 그 이유는 시장이 작다는 것이죠. 이런 곳에서 1년에 IB나 브로커리지 무엇을 하든 총 시장이 10억불이라고 가정하면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이 볼 때 총수익 10억불이면 너무 미미하죠. 하지만 우리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달라집니다. 나름대로 각 증권사마다 고민해서 `기본적으로 우리 정도면 이 정도 자금을 들고가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이 선 결과 입니다.

▲ 오유성 대우증권 국제영업본부장
주익수
일본 노무라 경우 훨씬 예전부터 해외에 진출해서 ABS 등 벌이다가 외환위기때 고꾸라진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글로벌IB가 일본에서 다시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일본 투자자들이 펀드 좋아하는데 가장 인기있는 것은 글로벌 슈프림 펀드입니다. 선진국 채권 만기 30년, 4~5%만 돼도 중간배당(쿠폰) 먹는데 만족합니다. 일본은 이미 고위험 추구할 동력이 없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반면 한국은 그만한 동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덱스펀드가 잘 안되는것도 이 같은 정서 때문입니다. 중국이 어려운 시장인데, 중국에서 재미본 곳은 대만 자본들입니다. 당시는 일본도 참여못했고 노른자위는 대만계 자본이 다 들어가서 재미를 봤습니다. 우리는 그나마 중국 부실채권을 거래했지만 일본인들은 이런데는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국민적 성향과도 관계있는 것 같아요.

오유성 중국 쪽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일본처럼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더군요. 잠정적으로 중국인들이 내린 결론은 결국 사람의 문제이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난 80년대말 90년도에, 일본경제 붕괴하고 금융기관 무너지기 이전에는 제조업이 경쟁력이 있고 기술력이 최고 였습니다. 이들은 당시 유로마켓이나 미국 국채 매입도 가장 많았습니다. 노무라증권 등은 앉아서 장사한 셈이죠. 이후 일본 증시 침체하니 더 이상 비즈니스 할 것이 없어졌습니다.

일본의 증권사나 은행 조직 구조가 제조업과 똑같다고 봅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노무라, 미쓰비씨 등 어디를 가도 헤드는 일본인 `낙하산`이었을 정도였죠. 금융기관의 내부조직·보상·승진 등도 제조업체랑 똑같았습니다. 일본 상위권 지주사 증권사 사장 만났는데, 증권사 사장이면서 은행출신 33년 경력이더군요. 직원을 뽑는데 아직도 평생 고용이 철칙이라는데 놀랐습니다.

박호식 결국 국내 증권사 상황을 고려할때 이머징마켓을 가야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들이네요. 그럼 어떤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 할까요?

김세형 우리나라는 증권사들이 나갈 때 한곳 나가서 성공하면 다른 지역을 공략하는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막상 가보면 직원 한명 파견돼 있고 그게 사무소인데, 말로는 `그곳에서 투자기회를 찾는다`고 합니다. 한 지역에서 먼저 성공한 뒤 다른 지역을 공략하는 전략이 나아 보입니다.

오유성 대부분 추구하는 방향이나 지역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도 연관돼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국내 증권사 대형사의 경우 실질적으로 미래에셋,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사는 나름 특화를 하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비즈니스 전략 자체가 비슷하고 해외진출 전략도 거의 비슷합니다.

주익수 동시다발적으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증권사의 자본력이 커졌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빨리빨리 여러군데 나가서 돈 벌수 있는데서 벌어야하지 않겠냐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증권사보다 자금력이 좋은 은행도 이제 막 이머징마켓에 진출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는 지점 몇 개 정도 있기는 하지만. 증권사들이 조금 여유가 생긴 자본력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려는 것을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이 지역은 어디 회사가 나가있다는 등 시장조사도 하고, 어떤 투자기회있을까라는 등 고민하며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인력등 문제가 있지만 증권사들이 이머징마켓에 대해 열심히 합니다. 대우.현대증권 브랜드 이미지 엄청나다고 느꼈습니다. 심지어 CIS 모 국가는 한국 증권사가 진출하면 정부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모든 지원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한국 국가의 이미지가 생각보다 높습니다. 해당지역 정부 관리들이 한국 기업이라면 무엇이든 지원해주겠다고 하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사명감 느낍니다.

▲ 주익수 현대증권 국제영업본부장
오유성
 나름대로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겠지만 너무 `골드만 삭스 방식`의 특정모델을 따라가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습니다. 본받을 만한 다른 케이스가 없을까 살펴봤는데 호주의 맥쿼리, 싱가포르의 DBS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맥쿼리 회장이 올해 "맥쿼리는 헤드쿼터는 호주에 있지만 이제 글로벌 IB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전의 맥쿼리는 하나의 호주 현지법인에 불과했는데 85년에 이름을 맥쿼리로 바꾸면서 IB로 전환, 완전한 호주 로컬은행이 됐습니다. 맥쿼리는 IB의 60%를 해외에서 벌고 있습니다. 맥쿼리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문에 진출하고 로컬 중 리더의 포지션이 있는 기관과 협력한다는 확실한 전략이 있고 이를 뒷바침할 기업가정신·인재·리스크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추고있습니다. 

박호식 본사 분들이나 정책을 담당하시는 분들께 당부하고 싶은 얘기 있나요?

이진철 본사 경영진들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중국 투자를 가져갈 수 있을지가 좌우됩니다. 현지 관계자들은 내부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돈만 쓰는 곳으로 평가되고 말 것인지 결정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 이것이 향후 중국서 사업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좌우할 주요 변수라고 말하더군요. 이렇게 장기적으로 성과가 없더라도 본사 경영진이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당장의 성과를 바랄 수도 있죠.

안승찬 홍콩에서 들으니 골드만삭스가 홍콩에 진출한 것이 86년인데, 당시에는 10명으로 시작했다 합니다. 20년 흐른 지금은 1500명 규모예요. 홍콩에서 이만큼 클때까지 20년을 투자한 셈인데, 큰 하우스라서 가능한 일일수도 있지만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기획을 준비할때만 해도 `우리나라 증권업계가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나가서 보니 현지에서 느끼는 위기감 컸습니다. 사무소든 현지법인이든 운용사든 어떤 형태로든 해외에 나갔는데, 막상 나가서 보니 `이제 뭘로 돈을 벌 것이냐`는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본사에서는 `너희들이 만들어봐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전권을 주는 것도 아닌데 현지 직원들의 부감감이 큰 것 같습니다.

안재만 국내 증권사 베트남 현지 직원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느려서 일처리가 오래 걸리는데 본사에서는 당장 성과가 없으면 노는 줄 안다고 고민을 털어놓더군요.

김세형 성과가 안나오고 회사 어려워져 해외법인을 철수해버리면 현지에서 쌓은 네트워크 인력 등이 사라져버리는 것 아닙니까? 그간 IMF 등을 겪으면서 이런 경험을 했는데 장기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주익수 당국 이야기가 나왔으니, 제조업은 해외진출 할 때 코트라가 있어서 `어느 업종이 유망하고 현지 여건이 어떻고`하는 도움을 받는데 금융기관은 이런 것을 받을 데가 없습니다. 증권협회가 나름대로 애를 쓰지만 초기에 출장을 가서 얻는 정보는 뻔한데 수십개 증권사가 모두 가서 비슷한 정보를 가져오기보다 상시적으로 그런 기능을 하는 조직이나 기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초적인 정보를 그 조직에서 해주면 증권사는 2차적인 정보수집 주력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가 공동으로 주간 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이 자체가 아주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였습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슬그머니 없어졌는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딜이라도 해봐야 하는데 절대적인 비즈니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그래야 인력 양성도 됩니다. 정책당국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오유성 중국의 경우 철저하게 금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공상은행 등 중국 기업을 홍콩에 상장 하면서 시틱 등 현지 증권사가 반드시 주간사로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은 주간사를 따기 위해 수년전부터 프리IPO나 지분투자 등으로 발을 들여놓은 후에 주간사에 참여했습니다. 규모가 워낙 크니 수수료 수익만 수십억달러 수준으로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외국자본 들어오고 시장이 개방돼 보호막이 없어졌습니다. 대형기업들은 글로벌스탠더드를 내세워 과거 3년간 트랙레코드(경험 자료)를 요구합니다.딜 1억달러 이상에 대한 트랙레코드를 원하는데 국내 증권사들은 보여줄 트랙레코드가 없습니다. 
 
박호식 증권업계, 나아가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입니다. 증권사들이 해외에 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해외 진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성공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제시해 주신 의견들이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더불어 `증권강국, 글로벌로 간다` 시리즈를 만드는데 도움 주신분들과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 협찬 :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하나대투증권, 키움증권,
굿모닝신한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증권선물거래소, 한국증권업협회, 증권예탁결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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