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휴대폰 금지,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규제는 학교에 맡겨야”

서울 소재 A고등학교 교사 인터뷰[교육in]
“생활지도 어려움, 어느 정도의 규제 필요”
“법령에는 학교가 관리할 수 있다 정도만”
국회서도 학내 스마트기기 금지 법안 발의
  • 등록 2024-11-09 오전 7:11:12

    수정 2024-11-09 오전 7:11:12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내 휴대전화 금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령으로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구체적 관리 방안은 학교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사진=게티이미지
서울 소재 A고등학교 김영환(가명·49) 교사는 최근 학교 내 휴대폰 사용 금지 움직임에 대해 이러한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7일 학교의 학생 휴대전화 일괄 수거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진정 사건 300여 건에 대해 “일괄 수거는 학생의 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는데 이번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은 “학생의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허용되는 경우 외에는 교내에서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지도’ 조항을 신설한 게 특징이다. 해당 조항은 ‘학생은 교내에서 스마트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교육 목적의 사용, 긴급한 상황 대응 등을 위해 학교의 장과 교원이 허용하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만약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구체적 규제 방안은 시행령에 담기게 된다.

김 교사는 이런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세세한 규제에는 반대했다. 그는 “교사 중에서도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느끼는 교사가 많기에 이를 감안하면 학교 내 휴대폰 사용을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게 맞다”면서도 “대신 법령에서는 학교나 교사가 학생들의 휴대폰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정도의 가이드라인만 담고 구체적 규제 방법은 개별 학교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에 따르면 현재 일부 학교에서는 생활 규정 개정을 통해 휴대전화 자율 반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업 시작 전 지정된 곳에 휴대폰을 제출한 뒤 종료 후 이를 찾아가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등교 직후 담임교사가 휴대폰을 걷은 뒤 하교 시에 돌려주는 학교도 있다. 김 교사는 “초등학생·중학생을 대상으로는 휴대폰에 대한 강한 규제가 필요하겠지만 고등학생에게는 일정 부분 자율성을 인정해주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학교 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시행 중인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정을 내년부터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벨기에 프랑스어권 학교도 이번 가을학기부터 학내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휴대폰뿐만 아니라 태블릿PC·스마트워치까지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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