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에 최악 시나리오 돼가는 '도시바 인수전'

  • 등록 2017-04-04 오전 8:13:19

    수정 2017-04-04 오전 8:13:19

일본 도쿄에 있는 도시바 그룹 본사 전경 (사진=AFP)
[이데일리 윤종성 성세희 기자] ‘한국 기업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흐름이다’ 일본 정부가 미국 기업 편들기에 나서면서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미국행을 점치는 일본 매체들의 전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애플과 아마존, 구글 등이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데다 일본 정부의 지원도 등에 업고 있어 사실상 판세가 기울었다는 것이다.

도시바가 미국 기업에게 넘어갈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당장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에 실패하면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끌어올릴 묘수 찾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최대 고객’을 잃는 상황도 예상된다.

WD가 인수하면 ‘낸드 1위’ 삼성전자 위협

4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 예비입찰에 애플과 구글·아마존닷컴 등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이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와 제휴관계인 미국 기업 웨스턴 디지털(WD),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도 참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요미우리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들 미국기업 중 한 곳이 도시바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도시바의 인수합병 결과는 반도체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도 ‘영향권’에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당장 삼성전자의 경우 인수합병 결과에 따라 낸드 시장 1위 자리를 위협받게 된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세계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7%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다. 도시바와 WD가 뒤따르고 있지만, 각각 18%대 점유율로 1위와의 격차는 큰 편이다.

하지만 WD가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와 WD간 점유율 차이는 1%포인트 내외로 좁혀지게 된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핵심 생산기지인 요카이치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WD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다.

SK하이닉스, 낸드 시장서 당분간 고전할듯

SK하이닉스는 ‘도시바’라는 대어(大魚) 낚기에 실패할 경우 당분간 낸드 시장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도시바 인수를 통해 상위권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던 SK하이닉스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D램 2위인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에서는 10% 안팎의 점유율로 5위에 머무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부터 이천 M14에서 4세대(72단) 3D 낸드를 양산하는 등 상위권 업체들을 바짝 쫓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삼성전자, 도시바 등에 비해 낸드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본 입찰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실사를 통해 도시바를 들여다보려 했지만, 이 역시도 불투명해졌다.

애플이 도시바를 인수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장은 큰 영향이 없더라도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최대 고객 이탈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도시바를 통해 아이폰 등 주력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를 원활하게 공급받는다면 다른 업체와의 거래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최대 고객 잃을 수도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과 같이 현금 여력이 큰 기업이 도시바를 인수하면 3D 낸드 등에 과감하게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낸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SK하이닉스에게는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도시바 지분을 인수한 미국 업체가 낸드 시장에서 2위로 치고 올라가 삼성전자와 ‘양강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인수에 가장 근접한 업체로 보이며, SK하아닉스의 인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인수합병 결과에 따라 낸드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시바 인수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스마트폰 고용량화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수요 증가 등으로 낸드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오는 2019년을 기점으로 메모리 시장에서 D램과 낸드의 위상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낸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낸드 시장은 슈퍼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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