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사태 열흘, 계열사 올스톱.."동정여론도 없다"

  • 등록 2016-06-19 오후 1:47:52

    수정 2016-06-19 오후 7:58:23

[이데일리 임현영 김현아 기자]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그룹의 주요 프로젝트들은 물론 계열사 경영도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다른 대기업 수사 때와 달리 회장 집무실뿐 아니라 자택까지 압수수색하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휴대폰까지 뒤졌다는 점에서 오너가 뿐 아니라 계열사들도 수사 불똥이 튈까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롯데그룹 수사는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이 부산고검 차장으로 있을 때부터 진행되다 이제야 터진 만큼 수사시기나 배경에 의혹이 있고, 압수수색에서 찾은 증거가 제시되지도 않았다.

롯데는 김앤장에 맡겨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58·사법연수원 12기)과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57·연수원 13기) 등 검찰 고위 간부 출신으로 변호인단을 꾸릴 것으로 전해졌지만, 동정여론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재계 5위인 롯데의 경영 전반을 뒤흔들 메가톤급 이슈라는 평가다.
검찰은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정황을 잡고 10일 오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호텔롯데 등 17곳에 수사관 200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정책본부에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지난 13일 호텔롯데는 금융위원회에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상장 관련작업은 모두 중지됐다. 검찰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마당에 정상적인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해서다. 호텔롯데는 지난달부터 부여리조트 합병 문제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받고 있다.

상장 여부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검찰의 수사결과다. 거래소 규정상 회계상의 문제가 발견되면 3년간 상장이 불가능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회장이 지난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에서 열린 롯데케미칼-엑시올 사(社) 합작법인의 공장 기공식에서 “연내 호텔롯데 상장을 꼭 하겠다”고 의지를 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연내 상장에 성공하려면 적어도 8월까지 다시 상장심사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나 검찰 수사결과 발표시기나 내용을 알기 어려워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단 문제의 소지가 없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상장을 재개하겠다는 것이 현재 원칙”이라면서 “검찰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원사업이던 롯데월드타워 연말 오픈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타워 완공을 총 지휘하던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유해 가습기살균제을 제조·유통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꼬였다.

노 사장 구속 직후 롯데물산은 박현철 사업총괄본부장(전무)를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롯데월드타워를 연내 완공하기 위해 뛰고 있지만, 타워 오픈직전 받아야 하는 서울시 인허가 절차가 꼬이면서 타워 내 오피스 분양을 위한 홍보도 위축되고 있다.

롯데물산은 지난 2014년 당시에도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 역시 힘겹게 받아낸 바 있어 더욱 조심스러운 눈치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완공 전에 분양을 하고자 홍보를 시도하고 있지만 악재가 겹치다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롯데쇼핑(023530) 계열사(롯데마트·롯데백화점·코리아세븐 등)들도 움직임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진 지난 10일 예정된 롯데백화점의 ‘프렌치 위크’ 오프닝 행사는 당일 취소됐다.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 롯데쇼핑 계열 중 엮이지 않은 곳이 없다. 롯데정보통신은 개발한 카드결제 시스템을 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에 의무 사용토록해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는다. 롯데쇼핑은 계열사들의 자산을 비싸게 산 뒤 싸게 처분해온 정황이 포착되면서 오너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유통업 특성상 대외적으로 이벤트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나 검찰 수사가 시작하자마자 홍보·광고활동을 모두 줄였다”면서 “여름 성수기에도 영향을 미치면 매출하락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연합뉴스)
재계 관계자는 “경제도 안 좋고 지표들도 최악인데다 브렉시트 변수까지 있는데 재계 5위 기업이 전방위 수사를 받지만 걱정하는 여론이 거의 없다”며 “토지 불법 변경, 갑질, 일감몰아주기 등이 형제간 추한 싸움과 엮인데다 (신격호 회장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관련 비리 의혹에 휘말린 점도 검찰에 빌미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8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서울 잠실 아산병원으로 병원을 옮겼다. 법률대리를 맡은 SDJ코퍼레이션은 고열에 따른 건강악화로 회복기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가족들의 의견에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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