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취득세 영구 인하 등 부동산시장의 오랜 ‘대못’이 최근 잇달아 뽑히면서 서울·수도권 모델하우스마다 청약 조건을 저울질하는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모델하우스에는 제곱미터(㎡)를 기준으로 한 아파트 공급·전용면적이 적혀 있지만, 방문객들은 예외 없이 “이게 몇 평(坪)이냐”고 되묻는다.
정부가 법정 계량 단위 정착을 위해 비법정 단위인 ‘평’ 사용을 금지한 지 올해로 7년이 됐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아파트 등 주택 면적을 가늠할 때 여전히 ‘평’을 쓰고 있다. 건설사들도 아파트 면적을 ㎡로 표기하지만, 분양 상담 때는 수요자들에게 평으로 환산해 설명하기 일쑤다.
오차없이 정확한 ㎡를 두고 여전히 평이 통용되는 이유는 수백 년간 사용해온 익숙함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가 주택면적 산정에 대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없이 단순히 표기법만 평에서 ㎡로 바꾼 탓이 크다. 평 사용 시대에 정해진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를 그대로 둔 채 집값이나 건축비 산정에 1평에 해당하는 ‘3.3㎡’란 모호한 기준 사용을 묵인하는 게 제도 정착을 막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도로명 주소의 문제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읍·면·동이란 기존 행정구역은 그대로 둔 채 주소만 지번에서 도로명으로 바꾸니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령, 초고가 아파트 ‘갤러리아포레’의 경우 지번 주소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이지만, 도로명 주소는 ‘왕십리로’이다. 도로명 주소만 보면 이 아파트는 성수동이 아닌 왕십리 어디쯤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새로 전입한 주민이 전입신고나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해당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기도 어렵다. 국민의 쏟아지는 불만을 “집값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님비’나 도입 초기 단계의 이해 부족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도입한 제도가 무조건 “편리하다”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실제 이점을 체감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관련 법규를 손질해야 한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 지도 검색으로 모르는 길을 쉽게 찾아가는 시대, 정부만 종이에 적힌 주소 하나 들고 길을 헤매던 ‘응답하라 1994’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