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도란 기업이 사내에 적립하던 퇴직금을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외부 금융회사가 운용토록 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2005년 제도 도입 후 적립금 규모가 72조원에 달하는 등 외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대비 수단으로서는 한계가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먼저 운용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관련 법규는 연금자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투자 가능 상품과 위험자산별 투자 한도 등을 열거하는 등 규제가 엄격하다. 특히 근로자 본인이 직접 운용지시를 내리는 확정기여형(DC)은 주식 직접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가입자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운용지시도 상품 단위로 이뤄져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통한 효율적 자산운용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둘째로 기금운용 방식도 선진화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용자가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사업자에게 퇴직연금에 대한 모든 업무를 일임하는 계약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연금 선진국은 계약형 제도 외에 회사와 별도로 독립된 기금을 설치하고 있다. 또 기금운용정책 결정을 노사공동위원회가 수행하고 운용은 외부에 위탁하거나 직접 수행하는 기금형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계약형 제도는 금융회사가 모든 업무를 관리, 사용자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근로자의 의사가 잘 반영되지 않고 자사 원리금 보장 상품의 과다 편입 등의 문제점이 있다. 선진국처럼 계약형과 기금형이 서로 경쟁을 통해 근로자의 연금가치를 늘리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제도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퇴직금 제도와 퇴직연금 제도가 병존하고 있어 정작 퇴직연금 제도가 필요한 300인 이하 소규모기업의 퇴직연금 제도 도입률은 14.5%로 매우 낮은 형편이다.
높은 집값과 전세금,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근로자들은 노후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퇴직연금이 이들에게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선사하는 길잡이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