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권력 승계과정의 끝부분 일수도”
단기적으로는 장성택 처형 이후 큰 흐름의 숙청은 사실상 종료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라면 누구든지 사형까지 한다는 것이다. 큰 숙청은 이제 끝났다고 본다”며 “김정은이 추가 숙청보다는 충성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관점에서 ‘포스트 장성택’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최룡해 총정치국장이다. 그는 이번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룡해는 김일성과 함께 활동한 항일 빨치산 거물인 최현의 아들이다. 최현은 지난 1956년 ‘8월 종파사건’ 당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회의장에서 권총을 뽑아들고 박창옥 등 ‘소련파’와 윤공흠·서휘 등 ‘연안파’의 기를 꺾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이 회의를 계기로 김일정 당시 수상은 소련파와 연안파를 숙청하고 유일 지배체제의 기틀을 구축할 수 있었다.
북한에는 최현과 가까웠던 원로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고, 최현의 부하들이 군부에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복무를 하지 않은 최룡해가 인민군 대장에 이어 차수에 오르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노동신문 정론은 최룡해를 ‘충신가문’으로 소개함으로써 앞으로 최룡해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임을 예고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도 지난 6일 장성택 실각과 관련해 “최룡해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재홍 책임연구위원은 “고영희(김정은 모) 직계라인이 김정일 세대의 곁가지·외척들을 쳐내는 일련의 과정이 장성택 실각사건의 본질”이라며 “신진세력이 돈과 이권이 필요하다보니 구세력을 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룡해와 김원홍도 위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도 지난 12일 새누리당 의원모임 특강에서 “리영호 총참모장과 장성택의 실각이 ‘실질적인 권력승계’였다면, 최룡해는 결국 권력 승계과정의 끝 부분에 있지 않을까”라며 최룡해가 다음 숙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해 주목 받았다.
당 조직지도부-인민군 세력 커질 듯
실제로 장성택 처형 후 김 제1위원장의 첫 공개활동인 군 설계연구소 시찰에는 최룡해와 장정남 군 인민무력부장, 황병서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수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제1위원장은 “건설의 대번영기를 위한 투쟁에서 군 설계연구소가 선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국가 핵심산업인 건축·시설물 건설에 군을 앞세우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재영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장성택이 군부가 손댈 수 있는 이권을 대거 가져가면서 군부로서는 장성택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장성택 제거는 군부가 주도했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노동당 중심 운영으로 ‘군부 힘 빼기’ 작전에 들어갔지만, 결국 군부가 자신의 권력회복을 위해 세력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잇단 공포정치로 김정은 1인 지배체제 공고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제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북한 내부에서 장성택 동정론이 확산되거나 장성택 잔당 숙청이 장기화될 경우 김정은 체제 공고화에 역작용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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