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시청권 90% 룰`이란 올림픽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의 경우 국민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송법 규정을 말한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는 SBS가 티브로드·CJ헬로비전·씨앤앰 등 케이블방송사업자(SO)들에게 동계올림픽 중계 재송신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재송신료를 내지 않은 채 방송을 틀어주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는 게 요지다.
이미 지상파방송사들과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은 재송신료를 두고 법적다툼을 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이 저작권 침해를 내세워 돈을 내라며 소송을 했고, SO들은 그동안 정부가 국민들의 시청권 보호를 위해 지상파방송을 재전송해주기를 원해 군말없이 들어줬는데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고 반발하고 있다. 법원은 일단 재전송 중지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본안 소송이 현재 진행중이다.
SO들은 이번 SBS의 요구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사인 동계올림픽을 활용해 `재전송료`라는 이슈를 다시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SBS가 SO를 향해 카운터 펀치를 날린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 18일 케이블방송업계가 방송통신위원회에 `2010년 동계 올림픽 중계 관련 질의`란 제목의 정책질의서를 보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예기치 않은 `이슈가 등장한 것이다.
또 `SO가 동시재송신 중단 요구를 받아들여 SBS 방송프로그램이 제공되지 않는다해도 독점중계권 조항 충족이 유효한 것인지`와 `SBS가 제시한 방송수단에 케이블TV를 통한 방송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도 함께 질의했다.
쉽게 말하면 케이블방송사들이 SBS 재송신을 중단하면(케이블TV에 가입한 시청자들이 SBS를 볼 수 없는 상태가 되면) SBS의 동계올림픽 독점중계 자격이 유지되느냐는 것이고, 바꿔말하면 `보편적 중계권 90% 룰`에 의해 자격박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은 나아가 `SBS의 강요에 의해 SO가 동계 올림픽 방송의 동시 재송신을 중단할 경우 방송케법에 저촉되는지`와 `동시 재송신을 중단할 경우 방통위로부터 별도의 승인이나 신고가 필요한지`도 물었다. SBS 재송신 중단을 염두에 둔 질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주무부처인 방통위 역시 애매한 기준 탓에 독점 중계에 대한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케이블TV업계가 공개적으로 보편적 시청권의 기준(90% 이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SBS는 잘 알려진대로 `의무재송신채널(must-carry)`이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 지역 케이블TV(SO)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상황이다. SO의 도움 없이는 보편적 시청권 90%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시선은 방통위로 쏠리고 있다. 이 문제는 이번 동계올림픽뿐 아니라 SBS가 중계권을 확보해놓은 2010 남아공 월드컵, 2012 하계올림픽, 2014 동계올림픽, 2016 하계올림픽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이번에 원칙을 제시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때문에 방통위의 답변에 따라 SBS의 동계올림픽 재송신 중단 요구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케이블방송 시청자들이 SBS의 동계올림픽을 계속 볼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방통위가 간단치 않은 숙제를 받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