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 속 ‘詩같은 풍경’

英조각가 나이젤 홀 개인전
  • 등록 2008-09-24 오후 12:28:00

    수정 2008-09-24 오후 12:28:00

[경향닷컴 제공] 작가는 1967년 미국 모하비 사막에 갔다. 사막은 조용했고 생명체도 거의 없었다. 볼 것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볼 만한 게 있을지 싶어 더욱 열심히 찾게 됐다. 물이 말라버린 둥근 호수, 호수 옆에 사람이 박아놓은 둥글고 긴 파이프, 파이프 위의 넓은 하늘. 작가는 주변을 빙 둘러봤다. 마음 속에선 곡선과 직선의 조합만으로 사막 풍경의 핵심이 부족함없이 재구성됐다. 언어를 정제해 시를 쓰듯, 풍경을 압축·추출하면 아마 그의 작품처럼 되는가 보다. 구부러진 나무와 집 기둥이 보이는 창밖 풍경에 대해서도 그는 “마치 아기자기한 시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자연 풍경과 사물의 모습에서 얻은 영감을 기하학적 형태가 연결된 작품으로 표현하는 영국 조각가 나이젤 홀(65). 그의 개인전이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02-549-7574)에서 오는 26일부터 10월17일까지 열린다.

영국의 대표적인 미술가로 꼽히는 작가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올림픽공원(서울 방이동)에서 열렸던 조각전에 작품 ‘통일성’을 출품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번은 네번째 한국 개인전. 신·구작 조각 11점과 신작 드로잉 9점 등 총 20점이 전시된다.

그의 작품은 간단하고 세련되고 밝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간단치 않다. 이쪽 면에서 보면 마치 선으로만 이루어진 평면 작품같이 보이지만, 한 발만 옆으로 움직여서 보면 서너 겹의 기하학 무늬들이 입체적으로 어우러진 조각이 된다. 구부러진 원 두 개가 붙어있는 것 같은 작품은 각자 원 속에 다른 두께의 명암을 품고 있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지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람객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의 작품 선과 은근한 명암 대비는 낭만적이다. “돌 조각을 할 때 정을 한번 치면 그 순간 면, 선, 그림자가 생깁니다. 이 원리가 저의 조각과 드로잉 작업에 영향을 미쳐요. 세 요소가 잘 표현되게 작품을 구성하려 하죠. 풍경을 볼 때 앞과 뒤, 빛과 그림자 등 대비되는 것들을 탐구합니다. 그래서 눈 덮인 산, 사막 등 모습이 최소화된 환경을 좋아해요. 빛이 충분히 쐬이고 그로 인해 풍경이 변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기 때문이죠. 또 가라앉기보다는 무중력처럼 가볍고 떠있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어서 곡선을 많이 씁니다.”

사람들은 작가에게 “왜 사람 같은 구체적인 형체를 다루지 않느냐”고 자주 질문한다. 그는 “사람이 중심에 서서 둘러본 풍경의 여러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내 작품에는 이미 사람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대답한다. 주변 풍경과 사물의 모습을 흥미롭게 느끼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작품도 탄생한다는 것이다. 관람객은 작가가 재구성해놓은 자연을 작가가 풍경을 보았듯 바라보게 된다.

개인전에는 단색인 조각 작품과 달리 화려한 색을 쓰고 가루 날리는 목탄의 성질을 마음껏 살린 드로잉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또 올림픽공원 안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올림픽 20주년 기념전 ‘8808 밖에서 안으로’(2009년 1월11일까지)에서도 그의 조각과 드로잉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에는 나이젤 홀을 비롯해 루이즈 부르주아, 귄터 우에커, 데니스 오펜하임 등 세계 조각 거장 10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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