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인하 속도 유연하게"…구조조정 필요성도 역설

[2025 신년사]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통화정책, 상황 변화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
"당장의 고통 회피 위해 미래 다가올 위험 외면 안돼"
"규제개혁·가계부채 관리 등 통해 잠재성장률 제고해야"
  • 등록 2025-01-02 오전 9:30:00

    수정 2025-01-02 오후 6:55:06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올해 통화정책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할 것이라며,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경제의 독립적인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혁을 미뤄선 안 된다며 한은도 연구와 정책 제언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 “전례 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언급하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흐름은 안정됐지만 금리 인하가 계속될 경우 불안 요소로 발전될 수 있다”며 “정치 상황의 전개에 따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어려워진 대외 여건과 중첩돼 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증대될 수 있다”고 이 총재는 지적했다.

이 총재는 정치 불안 속에서도 경제만큼은 분리돼 정상적인 경로를 밟아가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정치 갈등에 따른 국정 공백만큼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짚고 나서기도 했다.

그는 “근래 들어 국제사회의 관심이 금융·외환시장 불안을 넘어 국정 콘트롤 타워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로까지 확대됐다”며 “정치적 갈등 속에 국정 공백이 지속될 경우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어 국정 사령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 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며 “앞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한 일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구조 개혁에 대한 일성도 빠지지 않았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가운데 한은의 누군가는 왜 통화정책 목표 간 상충관계가 갈수록 심화돼 통화정책의 손발을 묶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규제 완화와 개혁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 둔화와 국내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우리 경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구조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 둔화의 배경이 ‘창조적 파괴’에 수반되는 사회적 갈등보다는 안정을 추구한 탓에 신산업이 자라날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던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취임 이후 계속 강조해온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도 어김없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올해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좀 미루고 경기 부양에 더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그렇게 하면 당장의 경기둔화 고통을 줄이고자 미래에 다가올 위험을 외면해 왔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경기를 고려해 비부동산 가계부채 및 비수도권 부동산 대출에 대한 미시적 조정을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며 “그래야 부동산 부문이 아닌 생산적인 부문, 그중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혁신 기업들에 공급해 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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