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한가운데 차 버린 대리기사…운전대 잡은 50대 ‘선고유예’

  • 등록 2023-06-21 오전 10:05:17

    수정 2023-06-21 오후 2:21:55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말다툼을 한 후 대리기사가 주차장에 차를 덩그러니 놓아두자 결국 운전대를 잡은 50대 차주에게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해 눈길을 끈다.
(사진=게티이미지)
21일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는 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원심이 선고한 벌금 500만 원을 파기하고 선고유예를 명했다.

지난 2022년 8월 A씨는 대리기사 B씨와 말다툼을 하게 됐다. 이에 B씨는 충남 공주시의 한 공영주차장의 한가운데에 차량을 두고 떠났고 결국 A씨는 운전대를 잡아야했다.

당시 A씨가 운전한 거리는 약 5m 정도로, 그는 혈중알코올농도 0.126%의 만취상태였다.

A씨가 운전대를 잡은 사실은 인근에서 차량을 지켜보던 B씨가 A씨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하며 알려졌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가 지난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았던 전력 등을 고려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A씨가 차량 이동을 방해하지 않을 목적으로 이동 주차하는 등 범행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리기사를 호출해 귀가 중 차량 파손으로 다툼이 있었고 대리기사가 주차장 한복판에 차를 놓고 떠나버림에 따라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음주운전 경위 및 운전 거리 등에 참작할 부분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사안을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이같이 판시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로 형을 선고하나 실제로 집행하지 않고 일정한 기간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해주는 제도다. 이는 기소유예보다는 무겁지만 집행유예보다는 가벼운 처벌로, ‘죄를 지었으나 유죄판결은 내리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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