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 사실상 무산… 인제스피디움 담당자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 등록 2016-09-14 오전 10:22:23

    수정 2016-09-14 오전 10:22:23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이 외침은 불과 일주일이면 모두의 관심에서 사라지겠지만 제 핏자국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이며, 제 영혼은 죽어서도 김OO와 같은 부류들의 만행을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이는 오는 10월 강원도를 무대로 진행될 ‘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의 개최 및 운영을 담당하는 인제스피디움의 이 모 과장이 지인들에게 남긴 장문의 메세지의 마지막 단락이다. 이 모 과장은 이 메세지를 마지막으로 여의도의 태영 빌딩 13층에 올라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스럽게도 지상으로 몸을 날린 이과장은 난간에 걸려 쓰러졌고 발등 등이 골절되는 상해를 입어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이 프라임 병원으로 후송되어 골절 부위에 대한 수술과 치료 등 의료적인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 모 과장은 왜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사실 상 취소를 선언한 ‘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

13일 인제 스피디움은 그룹 회의를 통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의 순연을 결정했다. ‘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은 올해 인제 스피디움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이자 장기적으로 WRC를 유치하기 위한 기반 사업으로 강원도 및 국내 오프로드 레이스 프로모터 등과 함께 협력해왔던 중요 과제였다.

실제로 인제 스피디움은 지난 6월 ‘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강원도와의 협력은 물론이고 국내 오프로드 레이스 프로모터인 ‘KRC’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 대회 준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KRC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원활한 준비가 이루어질 것이라 믿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회 순연 선언에 대해 인제 스피디움 측에 문의하자 “취소가 아닌 연기다”라며 ‘순연’에 의미를 강조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 순연은 향후 대회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연기’로 ‘순연’이라는 표현을 썼을 뿐이지 사실 상 대회가 ‘무산’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담당자의 팔과 다리를 묶은 인제 스피디움

이과장은 금호타이어에서 오랜 시간 동안 모터스포츠 관련 사업 및 마케팅 영역에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사람이다. 이과장이 금호타이어의 직원으로 있는 동안 금호타이어는 직, 간접적인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해 경쟁사들 사이에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며, 지금의 명성을 가질 수 있었던 단단한 기반을 쌓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 받아 인제 스피디움으로 자리를 옮긴 이과장은 올해 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을 담당한 직원으로서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했다. 지인들에게 남긴 메세지에서도 “이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난 15년 간의 인맥을 최대한 동원하고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밝혔고, 실제로도 자신이 가진 역량과 모터스포츠 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족한 인력과 시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인제 스피디움 상부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이과장의 메세지에는 “김OO 책임자는 예산안, 방송협조, 행정사항 등에 대하여 일체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이 핑계, 저 핑계만 대고 있었고, 8월 31일에 올라간 진행품의는 상사인 이OO 부터 승인이 나지 않고 있었습니다”라며 상부에서 자신의 업무에 대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과장은 이OO씨가 대회의 운영을 위한 ‘임시운행허가’의 승인 여부를 운운하며 “(대회의) ’임시운행허가’가 승인되지 않으면, 일정이 다 되어 큰 낭패를 보지 않겠냐”라는 주장을 펼치며 자신의 품의 안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상부에서는 이 모 과장과 함께 ‘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 준비 업무를 담당한 직원에게는 강제로 연차와 휴가를 쓰도록 지시하여 제대로 된 업무 진행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당초 강원도와 시, 군과 인제 스피디움이 각각 5억 원씩 출자하여 마련할 대회 운영 비용에 대해서도 부당한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과장의 메세지 통해 ‘강원도와 시/군이 지원하는 5억만으로 해보라고 하기도 하는 등, 돈을 최대한 줄이라고만 했다’라며 대회 운영 비용을 대폭 절감하라는 상부가 지시의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점차 코 앞으로 다가오는 대회 일정을 위해 이 모 과장은 지난 15년 동안 자신이 모터스포츠 산업에서 활동하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인맥을 총 동원하여 대회에 필요한 물류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인제 스피디움 측에서는 계약 기간이 남은 담당자를 자르는 행위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과장의 메세지의 내용을 살펴 보면 ‘최근까지 랠리코리아의 중요한 부분인 방송부문을 담당하던 영업기획 파트장에게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하고, 계약 상 아직 1개월 이상 근무 일이 남았음에도 9월4일자로 나가달라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이는 계약직에 대한 갑질은 물론이고 ‘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의 중계 준비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이는 대목이다.

일방적인 업무 중단, 수습은 담당자의 몫?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인제 스피디움은 돌연 대회 준비 업무를 중단시켰다. 이과장의 메세지 속 내용에 따르면 ‘담당자 김OO씨는 지난 9월 6일 이 모 과장에게 돌연 업무 중단을 지시했고, 사유 및 향후 대처를 묻는 이 모 과장의 연락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다른 쪽으로는 인제 스피디움과 함께 업무를 진행해온 KRC 측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연 업무 중단 지시에 이 모 과장은 곤란해졌다. 특히 타이어의 경우 대회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회 개최 두 달 전에 이미 발주가 들어가 현재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게다가 대회 개최에 다양한 물품이 필요한 만큼 타이어 외에도 제작 및 준비 시간이 필요한 물품들은 이미 제작되어 대회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모 과장은 메세지를 통해 “어제 그룹 회의를 통해 ‘순연’이라는 말로 날짜를 지정하지도 않고 연기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합니다’라며 ‘그리고 저더러 하루 빨리 수습하는 일에 전념하라고 하더군요”라며 순연으로 인한 사후 수습을 담당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이런 결론이 나오게 되었는지 직접 들은 바도 없는 제가, 이 수습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으며 “(대회의 순연으로 인해) 저는, 온 사방에서 신뢰를 잃게 되었고, 어려운 가운데 일을 맡아준 KRC도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런데 이 상황을 제가 수습할 방법이 없습니다”라며 자살 기도를 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 그는 여의도의 인제 스피디움을 소유하고 있는 태영 그룹의 빌딩 13층에 서게 된 것이다.

인제 스피디움은 어떤 답을 들려줄까?

자살 기도를 한 이과장은 다행히 생명에는 위험이 없었다. 하지만 이과장에게는 큰 상처가 남았고, 대회에 필요한 제품과 시스템을 준비하던 업체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지난 수 개월 동안 이어진 이과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회 일정이 코 앞으로 다가온 2016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은 사실상 좌초됐다.

과연 인제 스피디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래는 이 모 과장이 자살 기도 전 지인들에게 남긴 장문의 메시지를 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가 입수한 내용의 전문이다.

수 개월을 사력을 다해 진행해온 랠리코리아가 무산되었습니다.

8월 중순부터, 담당자 김OO은 예산안, 방송협조, 행정사항 등에 대하여 일체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이 핑계, 저 핑계만 대고 있었고, 8월31일에 올라간 진행품의는 이OO로부터 승인이 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임시운행허가”가 승인되지 않으면, 일정이 다 되어 큰 낭패를 보지 않겠냐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멈추고 있으면 임시운행허가가 승인됐을 때 낭패를 보지 않겠냐는 말에는, 결국 5억원의 자부담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지난 9월6일, 상사인 이OO을 통하여 “현 시간부로 업무 중단”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연기인지, 취소인지, 뭔지 김OO은 전화도 받지 않았고, 저에게는 “운전 중이라 전화가 곤란합니다”라는 메시지만 보내지고 단 1분도 안 지나 이OO에게는 문자로 업무지시를 했다고 하더군요.

이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난 15년간의 인맥을 최대한 동원하고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강원도와 시/군이 지원하는 5억만으로 해보라고 하기도 하는 등, 돈을 최대한 줄이라고만 했습니다. 하루빨리 기초예산안과 실행안이 승인되어야 세부예산안과 세부실행안을 짤 수 있다고 수없이 외쳤습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안 하고 있던 건 아니더군요.

실무담당자인 저에게 말도 없이, 다른 직원이 이리저리 경기를 맡기로한 KRC의 흠을 잡을 정보를 캐고 있었습니다.

지난 2~3개월 간 이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TFT구성 시 저를 포함하여 2명의 추가 전담 인력을 지정하여 요청했음에도 기존 업무의 중요성을 들어 1명만을 허락하였으나 허락을 받지 못한 그 1명은 대체휴무와 연차휴가를 소진하라는 지시를 받고 1주일에 4일~5일씩 휴무인 상황이고, 앞뒤 없이 무모하게 비용을 줄이라는 지시로 예산문제로만 1개월 이상 시간을 끌고, 최대한 줄인다고 줄여 보고를 했음에도 가타부타 반응이 없었으며, 대회의 제안자이자 주최자가 인제스피디움임에도 불구하고 후원자인 강원도청을 방문하여 안전관련책임에 대하여 서명된 서류를 요구하는가 하면,

최근까지 랠리코리아의 중요한 부분인 방송부문을 담당하던 영업기획파트장에게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하고, 계약 상 아직 1개월 이상 근무일이 남았음에도 9월4일자로 나가달라는 통보를 했으며,

기본 골자에 대한 원인품의를 8/31에 올렸으나 임시운행허가가 있어야 승인한다는 말로 마케팅운영팀장 단계부터 승인을 하지 않고 있어 추가 업무 진행 자체에 차질이 있었습니다. 첨부터 할 맘이 없었던겁니다….총 책임자는….

어제 그룹회의를 통해 “순연”이라는 말로 날짜를 지정하지도 않고 연기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더러 하루 빨리 수습하는 일에 전념하라고 하더군요. 왜…이런 결론이 나오게 되었는지 직접 들은바도 없는 제가, 이 수습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온 사방에서 신뢰를 잃게 되었고, 어려운 가운데 일을 맡아준 KRC도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제가 수습할 방법이 없습니다.

담당 책임자에게 정확한 사유와 연기일정 등이 있는 공문이 필요하다고 하면, 이OO에게 지시하겠다…라고 하고, 이OO에게 이야기하면, 자기한테 얘기했다 하지 말고 담당 책임자에게 보고하라고 합니다. 이 야비하고 수준 낮은 담당자 김OO 체재에서 얼마나 많은 훌륭한 직원들이 내쫓기고, 감시 당하고 있는지 그룹은 알까요? 얼마나 어설프고 모자란 책임자인지 알까요?

회사의 경영손실에 대해 왜 경영진은 책임을 지지 않고 늘 열심히 일한 직원들만 뒤통수를 맞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는 겁니까?

15년을 일해온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일한 저는, 불과 7~8개월 책상머리에서 몇가지 보고받은 사람들 때문에 양아치가 되어야 하는 건가요? 이들은 훗날 이렇게 말 할겁니다. 모터스포츠판에는 왜 이리 양아치가 많어?….라고….누가 양아치인건가요?

부디…인제스피디움이 두 번 다시는 이런 양야치들에게 휘둘리지 않길 바랍니다.

부디…혼자만 성과를 다 이루었고, 못 이룬 것은 직원들과 동료들에게 떠넘기는 자가 득세하지 않길 바랍니다.

부디…자신의 무능을 직원들 탓으로 돌리는 재주밖에 없는 하류들이 더는 없길 바랍니다.

부디…개인의 당당함이 되 먹지 못한 윗 사람들 때문에 폄하되지 않길 바랍니다.

부디…30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갈고 닦아 온 모터스포츠가 두 번 다시 무시당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 외침은 불과 일주일이면 모두의 관심에서 사라지겠지만, 제 핏자국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이며, 제 영혼은 죽어서도 김OO와 같은 부류들의 만행을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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