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국계 아닌데요”…‘중국 자본’ 꼬리표에 몸사리는 사모펀드

[위클리M&A]
MBK파트너스 이어 어피니티도 해명
산업계 중심 中 기술 유출 우려 제기
“글로벌 자본 흐름일 뿐…시장 호도 말아야”
  • 등록 2025-01-11 오전 8:30:00

    수정 2025-01-11 오전 8:30:00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자본시장에 때아닌 ‘중국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자신들은 ‘한국의 1세대 토종 사모펀드’라며 중국계 자본 논란을 해명한 가운데,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중국계·홍콩계가 아닌 글로벌 사모펀드’라며 중국계 루머에 대응하고 나섰다.

국내외 출자자(LP)로부터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중국계 자금이 섞이는 게 이상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MBK는 고려아연, 어피니티는 SK렌터카와 롯데렌탈 등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굵직한 딜에 참전하면서 시장의 시각도 민감해지고 있다. 국내 기술의 중국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사모펀드 업계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SK렌터카 품은 어피니티, 中 BYD 협업 논란 해명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지난 9일 해명문을 내고 “어피니티는 서울과 싱가포르, 시드니, 베이징, 홍콩 등에 거점을 두고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걸쳐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라며 “중국계 사모펀드·중국계 자본라는 프레밍은 사실을 왜곡하고 당사가 진행하는 투자에 중대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피니티는 스위스 UBS금융그룹 산하 UBS캐피탈에서 2002년 분사돼 설립됐다. 당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K.Y.탕(Tang Kok-Yew) UBS캐피탈 회장과 삼성전자 출신인 박영택 전 어피니티 회장이 주축이 됐다. 이후 더페이스샵, 하이마트, 오비맥주, 로엔엔터테인먼트 등 빅딜을 연달아 터뜨리며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알렸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SK렌터카 인수를 마무리했고 현재 롯데렌탈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피니티가 중국 BYD(비야디)와 손잡고 국내 자동차 시장 진출을 노릴 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인수를 마친 SK렌터카 등 보유 포트폴리오사들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어피니티 측은 “BYD 및 중국계 자동차 사와의 협력은 논의된 바 없고, 구매 계획 또한 없다”고 해명했다.

어피니티 측은 “펀드 자금의 95%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연기금과 투자기관의 출자금으로 구성돼있으며 중국 자본이나 펀드 영향력은 없다. 파트너 중 중국 국적을 보유한 사람은 물론 중국 정부와 관련된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되풀이되는 중국계 논란…“사모펀드 무지에서 비롯돼”

‘중국계 사모펀드’라는 낙인은 지난해 MBK파트너스에게도 동일하게 씌워졌다. 지난해 MBK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다. 지난해 9월 이재중 고려아연 부회장과 기술 전문가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MBK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역시 “영풍이 중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짜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즉각 해명문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토종 펀드”라며 “일각에서 우리를 외국계, 중국계 사모펀드라고 마타도어(근거없는 중상 모략)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중국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국으로 매각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수차례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의혹을 거두지 못 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중국계 자본’ 논란이 사모펀드 시장의 생태계를 알지 못하는 데에서 불거진다고 보고 있다. 국내 한 사모펀드 대표는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글로벌 자금을 유치하고 운영한다. LP에 중국계 자금이 일부 포함됐다고 중국 펀드라고 볼 수 있겠느냐”며 “출자자와 운용사(GP)의 역할이 엄격히 분리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는 “텐센트의 국내 게임사 지분 투자, 알리바바와의 이커머스 협업 등은 성공적인 투자유치로 평가하지 않나. 반대로 중국계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 ‘위험 요소’로 보는건 이중 잣대”라며 “기술 유출은 법이나 규제의 문제이지, 단순히 출자 구조나 투자처로 연결짓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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