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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에 따르면,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K칩스법엔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는 경우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세액공제 혜택은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 등에 국한됐다.
구체적으로 세액공제율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된다. 여기에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선 올해에 한해 10% 추가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즉, 중소기업이 백신 시설에 투자하면 최대 35%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가전략산업 투자라면서 CGT 제외?”
당장 비(非) 백신 바이오 업계에서 K칩스법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백신을 제외한 여타 바이오 분야는 신성장 기술로 분류돼 올해에 한해서만 시설(장비) 투자에 2~6%p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칩스법 목적이 국가전략산업 투자 촉진”이라고 정의한 뒤 “이미 의약품 시장 판도가 난치병 해결사로 불리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ell & Gene Therapy, CGT)로 넘어가는 데, 이걸 빼고 국가전략산업 투자 촉진을 기대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CGT는 세포치료제(Cell Therapy), 유전자치료제(Gene Therapy)를 합쳐 놓은 말이다. CGT는 재조합 단백질(1세대), 항체(2세대) 이어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시장 전망 및 오픈 이노베이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74억7000만달러(9조 4500억원)이며 오는 2026년 555억90만달러(70조3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만 49.1%에 달한다.
CGT는 살아있는 세포를 치료에 이용한다. 세포치료제는 환자에게 건강한 인간 세포를 이식해 치료 효과를 낸다. 유전자치료제는 환자의 유전물질을 수정해 질환을 치료한다. CGT는 종양에서 시작해 최근 자가면역질환, 근골격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작 수혜 기업으로 분류된 백신 기업도 불만이 가득하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백신 투자는 토지와 시설 투자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이번 세액 공제에서 토지와 시설이 빠져 세액 공제에 따른 혜택은 미미할 전망”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제약바이오협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K칩스법은) ‘건축물’이 ‘시설’에서 제외돼 세액공제 혜택이 제한적”이라며 “정일영 의원이 발의한 ‘바이오헬스’ 분야 전체가 K칩스법에 포함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K칩스법에서는 ‘시설’을 대통령령에 따라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에 토지가 포함되지 않는다. ‘시설’에는 산업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진다. 백신 산업엔 ‘건축물’이 ‘시설’에서 제외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즉, 이번 K칩스법엔 토지와 건축물이 제외된 시설(장비) 투자에만 세액 공제가 가능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결국 백신업계가 사들이는 장비 말곤 세액공제 혜택이 없다”면서 “토지·건축물과 더불어 인건비, 연구개발비, 밸리데이션 비용 등 이런 부분도 모두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왕이면 반도체처럼 바이오 산업 전체에 폭넓은 세액공제 혜택이 있어야 했다”면서 “결론적으로 K칩스법 수혜기업은 바이오 업계 전체에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