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든 음력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날짜는 음력을 기준으로 하되 계절은 양력을 기준으로 했다. 즉 우리 민족은 두 개의 역법을 혼합한 태음태양력을 사용했다. 음력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계절의 변화와는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 계절의 변화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이를 위해 나온 것이 계절의 표준 구분법이 된 절기이다.
24절기는 태양의 황도(천구 상에서 태양이 지나는 길)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로 나눈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지만 지구 상의 관측자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커다란 구 모양의 가상의 구인 천구를 태양이 지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 지나는 길인 황도를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의 절기로 나타내는 것이다. 태양이 15도씩 이동할 때마다 온도나 계절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했고 매 15도 지점마다 용어를 하나씩 붙였는데 이것이 절기다. 천구상에서 태양의 위치가 황도 0도, 90, 180도, 270도를 통과하는 순간이 각각 춘분, 하지, 추분, 동지가 된다. 24절기 중 춘분, 추분, 하지, 동지,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은 계절의 변화를 뜻하고, 소서, 대서, 처서, 대한은 더위와 추위를 의미한다. 우수, 곡우, 소설, 대설은 강수 현상과, 백로, 한로, 상강은 수증기 응결과 관련된 것이다. 계절에 따른 만물의 변화를 나타내는 절기는 소만, 만종, 경칩, 청명이 있다.
우리나라의 4대 명절 중 하나인 한식(寒食)도 절기와 관련이 있는 명절이다. 4대 명절 중 유일하게 음력이 아닌 명절이다. 불의 사용을 금하며 찬 음식을 먹는 명절인 한식은 22번째 절기인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다.
한여름 더위를 뜻하는 삼복은 어떨까.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이 초복, 네 번째 경일이 중복, 입추 후 첫 번째 경(庚)일이 말복이다. 여기서 경이라는 것은 간지력(60갑자력)의 10간(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중 일곱 번째인 ’경‘을 가리킨다.
*편집자 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