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들과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채권(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위험 상장지수상품(ETP)에 초단타로 투자하는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증권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투기적 수요 억제와 괴리율 관리의 효율성 제고, 다양한 ETN 출시환경 조성을 3대 기조로 총 11가지 세부 과제를 추진한다. 핵심은 레버리지 ETF·ETN에 대한 별도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기본예탁금 1000만원과 ETN 액면병합제도, ETN 발행 증권사의 최소 물량 보유 의무 등을 도입하는 것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 같은 진입 규제로 투자 지식은 높지만 투자 자금이 없는 사람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며 “합리적인 수단이냐에 대해서는 항상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500만원 예탁금을 설정한 뒤 시장 자체가 사실상 죽어 버린 주식워런트증권(ELW)처럼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소급 적용 여부도 논란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투자자도 동일한 적용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지만, 증권업계는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과하다”며 난색을 표한다.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발행사(LP)에 총 상장증권총수의 20% 이상의 유동성 공급물량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한국거래소가 주기적(분기별→월별)으로 시행하는 LP평가 항목에 추가하는 방안에도 “시중에 풀릴 유동성을 잠식하는 문제가 있다”고 역효과를 염려한다.
그러나 일부 대책에는 멈춰버린 시장 기능을 바로 잡는 데 꼭 필요했던 제도라고 반색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액면병합 허용과 같은 과제는 운용상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투자자 사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데에도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 레버리지 ETF·ETN을 투자하려는 개인 투자자는 상품개요ㆍ특성, 거래방법, 파생형 ETP의 내재위험(괴리율, 복리효과, 롤오버 효과) 등 내용을 담은 1시간가량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 후 이를 증권사에 입력하면 증권사가 확인을 거쳐 거래를 허락한다.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에 투자 문턱을 높이고 증권회사에 괴리율 관리에 더 신경 쓰라는 질책에 그치지 않고 특정 섹터에 집중된 투자수요 분산을 위해 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토록 한 점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진입 규제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내는 상품을 쫓아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대책으로 인해 단기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가리라는 전망에 고개를 끄덕인다. 당장 예탁금이 없는 해외 레버리지 ETP 상품으로 눈길을 보낼 개연성이 높다.
이에 금융당국은 해외 우량주식 수익률을 추종할 수 있도록 종목 수를 일부 완화하되 별도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토록 했다.
한편 코스닥150, KRX300 등 지수를 추종하는 ETN 출시를 허용함에 따라 국내 운용와 증권사 간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와 엄연히 덩치 차이가 있는데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라는 건 무리”라며 “그나마 코스피200은 허용 대상에서 빠져서 다행이란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