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캄보디아에 울려퍼지는 "잘살아보세"

농진청, 새마을운동 연계 육계·옥수수 시범마을 사업 추진
韓 선진기술 전수..병아리 초기 생존율 23.1%↑
병아리 100마리 지원 1년뒤 전액 환수..자립심 강화
  • 등록 2015-04-14 오전 9:07:27

    수정 2015-04-14 오전 9:07:27

[프놈펜=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에서 차로 비포장도로를 1시간을 넘게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칸달주 캄퐁뽀 마을. 제대로 된 건물이라고는 한국인 선교사가 세운 양철지붕의 학교가 전부인 이 척박한 마을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농촌진흥청과 캄보디아 정부가 칸달주 캄뽕포 마을을 새마을운동 연계 옥수수·양계사업 시범마을로 선정한 것이다. 이날 출범식이 열린 마을 학교에는 농진청 대표단과 현지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센터 직원, 캄보디아 정부 인사뿐만 아니라 시범마을 농민 150여명이 모여 자리를 가득 메웠다.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캄보디아센터 연구원들이 6일 캄보디아 캄퐁뽀 마을을 찾아 현지 농민들에게 병아리 사육기술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 선진기술 캄보디아에 전하다

건기의 끝자락인 4월은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더운 날씨를 자랑한다. 휴대폰에서는 영상 36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지열까지 더해지면서 체감 온도는 이를 한참 웃도는 듯하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 이 같은 날씨에 닭을 키운다는 게 가능한 일인 것일까.

실제로 캄보디아 닭 소비량은 매년 증가 추세를 나타내면서 지난해 3000만 마리에 이르지만 아열대·열대 지방의 적정 육계 사양기술 등이 없어 치사율이 높다.

이에 농진청은 올해 초 시범 농가에 병아리 100마리씩을 무료로 나눠주고 우리나라의 앞선 병아리 사육기술을 전수해줬다.

방진기 캄보디아 KOPIA센터 소장은 “사육시설을 넓히고 비타민C가 함유된 깨끗한 물을 먹이는 등으로 병아리 초기 생존율을 관행사육보다 23.1% 높아졌다”면서 “성장 단계에 맞는 사료를 먹이자 애초 60일가량 걸리던 출하일도 50일 정도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진청은 생산비 절감을 위해 닭의 사료로 쓸 옥수수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 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벼 수확 후 놀고 있는 땅에 2모작으로 사료용 옥수수 시범재배 단지를 조성했다. 참여 농가는 10㏊당 55t의 옥수수를 생산했으며 연간 1만 3500달러의 소득을 창출했다.

이번 사업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가 거는 기대감도 크다. 티 쏘쿤 캄보디아 농림수산부 차관은 “한국의 선전 농업기술 전수가 농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빈곤을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선진 농업기술을 넘겨받고 싶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가 자립 역량 강화

농진청이 진행하고 있는 이번 지원사업은 통상적인 대외원조사업(ODA)과는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마을 협동심을 강화하고 농가 스스로 자립심을 키우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캄퐁뽀 마을 또한 전체 43개 농가 중 30농가를 조합으로 결성했다. 참여 농가의 소득 중 30%를 적립해 마을의 자립기반을 마련하는데 사용토록 할 예정이다.

특히 농진청은 2회에 걸쳐 가구당 병아리 100마리, 사료 50%를 지원하고 1년 뒤 원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세 번째부터는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닭을 키워야 한다. 회수한 자금은 마을협동조합에서 마을 주민들을 위한 소액대출(마이크로 파이낸스) 자금으로 사용된다.

방 소장은 “새마을운동 연계시범사업은 3년 정도 예상하고 있다”면서 “1단계 기술개발과 2단계 농가 시범 사업이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3단계인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을에 정착할 경우 캄보디아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새마을운동 연계 시범마을 조성사업 지원이 선정된 국가는 캄보디아, 필리핀, 스리랑카 등 3개국이다. 농진청은 내년도 3개국을 추가하고 2017년까지 10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안철 국외농업기술과 KOPIA그룹 총괄기획팀장은 “새마을 운동은 빈곤퇴치 성공사례로 확산되고 있으며 KOPIA센터의 실질적인 성과 확산을 위해 새마을운동을 연계해 농가 참여형 시범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기존 KOPIA 사업은 주로 연구단계에 불과했으나 이번 사업을 통해 현지 농가가 직접 참여하면서 농가소득 향상은 물론, 마을공동체 육성과 마을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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