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올 들어 반도체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장비 구매 계약을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이루온과 5년간 영상처리시스템(MRF)을 공급받는 내용의 29억원짜리 계약을 체결한 것이 전부다.
이는 지난해 1월 한 달 동안 반도체 장비 3건을 비롯해 총 8건의 계약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유니셈(46억원)과 엘오티베큠(10억원), 국제일렉트릭코리아(105억원) 등과 반도체 장비 구매계약을 맺었다. 또 미래컴퍼니(67억원)와 유니셈(10억원) 등에서는 LCD 장비를, 영우통신(207억원)에서는 4G 롱텀에볼루션(LTE) 소형기지국(RRH) 같은 무선장치를 샀다. 총 445억원 규모였다.
이 같은 삼성의 움직임은 기존 대표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반도체·LCD의 생산규모는 더이상 크게 늘리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향후 신·증설보다는 보완투자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얘기다. 반도체는 미세공정 기술상 이미 한계에 다다랐으며, LCD는 OLED에 업계 패권을 넘겨줄 위기일 정도로 시장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주력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를 이미 각각 25나노, 18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론적인 한계인 10나노대에 이미 근접한 까닭에 M램·P램 등 차세대 반도체개발이 더 우선인 상황이다. LCD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적자에 허덕였을 정도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그동안 다소 소극적이었던 소규모 인수합병(M&A)도 크게 늘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SW) 분야가 주타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낸드 기반의 차세대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SW업체인 미국 엔벨로를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사업부별로 재량권이 주어져 소규모 M&A가 잇따를 수 있다”면서 “신성장동력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