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칼럼] 기업이 노후설계 교육 나서야

  • 등록 2011-08-26 오전 10:36:56

    수정 2011-08-26 오전 10:36:56

[강창희 미래에셋그룹 부회장] 미국 최대의 목재 관련 기업인 와이어 하우저는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은퇴하기 좋은 10대 기업 등에 선정된 회사다.

이 곳의 사내 은퇴교육은 미국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근로자들의 행동변화를 실제로 이끌어 내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교육도 아닌, 어찌 보면 근로자 개인의 문제이고 회사와는 상관없는 은퇴교육을 할 생각을 했는가? 사내 은퇴교육을 통해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 윈윈(win-win) 즉 상생할 수 있다는 경영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 기업들에게도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경우 근로자들이 이 제도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 따라서 이 회사는 본격적인 은퇴교육을 실시하기 이전인 1980년대부터 관련교육을 해왔다고 한다. 많은 비용을 들여 근로자들에게 서면자료를 발송하고 관련 웹사이트를 구축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근로자들의 활용도가 매우 낮았다. 경영진은 기존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판단을 하고 제대로 된 ‘은퇴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경영진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노동 생산성 저하와 관련이 있다. 근로자들이 돈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지면 결근이 잦아지고 업무를 태만히 하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 근로자들에게는 은퇴준비에 관한 궁금증을 외부전문가들에게 묻기 위해 근무시간을 허비하는 경향까지도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얻는 정보들은 내용이 잘못되거나 모순된 것이 많아 오히려 근로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더라는 것이다. 이에 경영진은 근로자들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고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줌으로써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종합 은퇴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와이어 하우저의 은퇴교육 내용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 첫째, 연령별·직제별 맞춤형 교육이다. 둘째는 생애설계교육과 자산운용설계 교육을 병행한다는 점, 그리고 셋째는 배우자와 함께 받는 교육이다. 넷째는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면교육이라는 점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이 회사에는 30년 가까이 은퇴교육을 전담해온 전문가가 있었다는 점이다. 기업복지·근로자교육 총괄담당자인 샐리 하스가 그 사람인데, 그가 와이어 하우저의 은퇴교육을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가 중시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미국 HR부문전문지와 FP협회의 교육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경우에는, 아직 근로자에게 노후설계 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지난해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노후설계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다’는 대답은 3.2%에 불과했다. 교육받은 경험이 있다는 사람도 대부분이 교사와 공무원이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민간 기업에서는 거의 노후설계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오는 인생 100세 시대에는 해외 선진 기업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기업의 경영진도 노동조합도 ‘근로자의 노후설계 교육은 시대의 요구’라는 인식을 갖고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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