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10년마다 찾아오네..다른점은

1980년대말, 1990년대말 전셋값 폭등
  • 등록 2011-02-25 오전 9:52:35

    수정 2011-02-25 오전 9:52:35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세난이 서민들을 옥죄고 있다. 최근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우리나라에서 전세난은 10년 주기로 반복돼 왔다.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1987년 전국적인 전셋값 상승률은 전년 대비 19.4%에 달했다. 이어 1988년 13.2%, 1989년 17.5%, 1990년 16.8%로 4년간이나 폭등세를 이어갔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18.4%나 떨어졌지만 이는 긴 상승세의 전조였다. 이듬해인 1999년 기저효과가 반영돼 16.8% 올랐고 2000년 11.1%, 2001년 16.4%, 2002년 10.1%로 역시 4년간 전세난을 이어갔다.

지난해 전셋값 상승률은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7.1%를 기록했다. 올해는 두자릿수 상승률이 예상된다.

◇ 공급 부족 공통점..회복엔 수년 걸려

전셋값 상승기의 공통점은 수급이 깨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조사에서 수요가 공급보다 우위에 있는 지역 비율은 2001년 3월 94.4%까지 치솟았다가 2004년 말 25%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2004년 전셋값은 5% 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다시 수요 우위 비중이 점차적으로 높아지면서 지난달에는 82.9%까지 치솟은 것이다.

1990년대 말에는 건설업체들이 IMF외환위기 여파로 공급을 크게 줄였고, 2000년대 말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영향으로 공급을 줄인 것이 몇년 후 전셋값 상승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이같은 수급 불안이 주된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1980년대 말 노태우 정부는 1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 주택 200만호 건설에 나섰고,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는 주차장 관련 법과 각종 규제 완화 등으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대거 공급을 유도했다.

그럼에도 공급 시차 때문에 전셋값이 안정되기까지는 3~4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국토해양부가 강남 지역의 전셋값 보합세를 들어 전세난이 해소됐다고 밝힌 것은 안이한 판단으로 보인다.  
  ◇ 사라진 집값 상승 기대감

이번 전세난의 가장 큰 특징은 매매 수요의 부진이다. 단순히 공급 부족 뿐 아니라 집값 상승 기대감이 약해져 전세 수요를 키우는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과거에는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 전환 수요가 발생했는데, 최근에는 주택 구입을 미루고 전세로 남으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연장을 검토하는 등 매매 활성화에서 전세난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른바 `반전세` 등 보증부월세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전세제도가 쇠락하는 초입 단계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 전세난에 비해 보다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만큼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집값의 절대적인 수준이 높아져서 과거같은 상승장을 맞기가 어렵고, 이제 월세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들도 나온다"면서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쉽지 않고 가계부채가 많아 대출을 많이 할 수도 없다.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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