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현안을 조정할 수 있는 총리주재 관계장관 회의가 다시 부활하고, 총리실 내 국정운영실 업무 조정 기능도 조직 개편과 인원 보강을 통해 강화된다.
새 정부 들어 자원외교와 기후변화 등 미래 이슈의 발굴과 대응에 집중하던 총리의 역할이 쇠고기 파동과 개각을 계기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국정 조정자`로서 변모되는 것이다.
달라진 청와대의 기류도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든 것을 처리하는 업무처리가 국정난맥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청와대에서는 총리의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개편 뒤 첫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 결정하고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 부처가 뒤로 빠지게 된다. 부처의 자발적이고 능동적 업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정길 신임 대통령실장도 지난 26일 “국정은 총리와 부처 장관이 책임지고 하는 게 맞다. 행정은 총리가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 총리 권한 강화..`책임총리`로 위상 높아져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총리실은 국무조정실과 비서실 2실 체제가 국무총리실(장관급) 1실 체제로 바뀌면서 국정조정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이 경제 및 사회분야 부처의 이견을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대책까지 지시하는 역할을 했으나 현 정부에서는 그 기능이 미래이슈 발굴이나 사전 대응 등으로 제한됐다는 것이다.
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가칭) 부활도 같은 맥락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총리가 매주 수요일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장관들과 함께 현안을 논의했으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됐다. 이 때문에 한 총리는 쇠고기 사태와 고유가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생길 때마다 총리주재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후속 대응책을 논의하는데 그쳤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고유가 문제 등을 둘러싸고 국무조정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지나친 청와대의 권력집중이 각종 문제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국무총리실의 내각 통솔력을 높이기 위해 감찰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윤리지원관`도 신설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넘어갔던 공무원 감찰기능을 되찾아온 셈이다. 과거 총리실은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실과 총리비서실 민정비서관, 정부합동점검반 등으로 공무원들의 '암행어사' 역할을 했으나 새 정부 들어 이들 조직을 없애고 사정·감찰기능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넘겼었다.
◇ 총리실 다시 커지나..인력보강 뒤따를 듯
총리실의 권한과 기능이 강화되면서 자연스레 인력 보강조치도 뒤따르게 된다. 총리실 직제규정상 총원이 299명 이하로 묶여 있기 때문에 당장 총원을 늘릴 수는 없지만 각 부처 인력파견 형태로 인원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의 현정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책조정, 공직윤리 등 확대된 기능 수행을 위한 필요인력에 대해서는 최소규모를 관계부처에서 파견받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각 통할 기능을 하던 총리실 국무조정실은 폐지되고 국정조정 기능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로 이관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총리실 규모는 1급 8명을 포함한 624명에서, 299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국무조정실에 파견돼 근무하던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은 거의 다 자신의 부처로 돌아 갔고, 총리실 경제조정관관실, 복권위원회 등은 기획재정부로 넘어가는 등 민정·정무 기능도 약화됐다.
히지만 국정운영과정서 총리실 기능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수면위로 떠올랐고, 각계 전문가 및 언론에서도 기능과 역할이 보완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결국 효율적이고 작은 부처를 만들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은 실효성을 못 거둔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당시 정부조직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전 정부 때 비대해진 총리실 조직과 인원을 축소하고 총리의 역할도 자원외교 등에 전념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총리실 위상을 다시 강화하고 인원도 파견 형식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일관성 없는 정책기조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