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피용익기자]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월가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의 영향에 대해 첨예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지난 주 유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반등에 성공하며 이같은 논쟁은 본격화했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에 바짝 다가선 지난 한 주 동안 나스닥은 4.6% 올랐고,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3.2% 상승했다.
◆유가상승에도 경제 타격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수십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배럴당 50달러에 근접한 유가는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미국 경제나 주식시장을 저해할 만한 위협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유가는 배럴당 70달러는 돼야 경제에 영향을 준다.
기업들의 실적도 유가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3분기 기업 순익은 평균 1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가에 민감한 트럭운송업체들도 평균 42%의 순익 증가가 점쳐지고 있다.
웰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폴슨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1970년대와 같은 에너지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당시와는 달리 현재 기업들은 서비스업 중심이며, 에너지 리스크에 대비돼 있다"고 말했다.
폴슨은 "만약 유가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경제는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의 유가 오름세는 테러 위협이 사라지고 미국 대선이 끝나면 다시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상승 계속되면 경제 종말 온다
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한다면 종국에는 미국 경제를 종말로 이끌 것이란 주장도 강하게 일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이 대표적. 그는 `오일 쇼크`로 인해 미국 경제가 내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이 다른 상품 가격을 함께 끌어올리는 한편 기업의 생산성을 저해해 미국 경제 성장세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주에 나타난 일시적 증시 반등만으로 미래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스미스바니의 토비어스 레프코비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점이 배럴당 50달러인지 75달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유가가 주식시장을 뒤집어 놓을 것"이라며 "유가를 통해 경제의 안정성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에 동의하는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지난 주 증시 랠리는 일종의 반발 작용으로 앞으로 다가 올 종말을 예고하는 불길한 전조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 외 국가들 타격 더 클 것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유럽과 이머징마켓 등 미국 외 국가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비앤코리서치의 하워드 사이먼스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와 금리인상에 따라 달러는 강세를 나타낼 경우가 특히 우려된다"며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원유 수입국들의 타격은 미국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