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희의 핫스팟)체면과 머피의 법칙

  • 등록 2001-09-24 오후 12:21:05

    수정 2001-09-24 오후 12:21:05

[edaily] 체면 지키기(Facework)와 머피의 법칙(Murphy’s Law) ▶ 체면 지키기(Facework) 사회심리학에서『Facework』란 재미있는 단어가 있다. 우리 말로는 “체면 지키기”라고 번역되고 있는데,「자신의 솔직한 정서를 억제함으로써 체면을 살리거나 이미지를 높이는 이례적 행위」로 정의될 수 있다.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너무도 많은 체면 지키기(Facework) 접근이 범람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대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예전의 고집을 좀처럼 포기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도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방임하면서까지 수급변수에 과다하게 의존하고 있다. 먼저 구체적으로 어떠한 체면 지키기(Facework) 접근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① 과잉 충성하는『新 애국주의(New Patriotism)』의 후유증 지난 주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흐름이 있었다. 바로 시장원리를 배격하고 정치원리를 추종하려는 新 애국주의가 그 주인공이다.그린스펀 FRB의장도 지난 19일 ‘미국에 동시다발 테러 이후 새로운 애국주의(New Patriotism)가 등장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이다.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 주식을 매수하자는 주장이 다반사로 제기되었고 워렌 버펫도 이러한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뉴욕 맨하턴 한 가운데의 World Trade Center는 물리적으로 무너졌으나, 정신적인 World Trade Center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 미국인의 간절한 바람이『新 애국주의의 밑바탕』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궁극적으로 철저하게 경제적 논리에 의해 판단되는 세계인 만큼, 지난주 미국주식시장은 4일 연속『전강후약』흐름을 어김없이 보여주며 자본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일깨워주고 있다. 미국 투자자의 新 애국주의는 크게 3가지 숙제를 던져준다. 첫째, 미국 투자자의 新 애국주의는 우리나라와 같은 Emerging Market에는 엉뚱하게『본토에서 하지 못했던 현금비중의 대체수단』이라는 정반대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미국시장 개장 뒤 우리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외국인 투자가의 매매동향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순매도로 반전되고 있다. 둘째, 新 애국주의는 미국 투자자가 현실을 직시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주식시장은 추후에 현실 인식의 괴리가 좁혀질 때 추가적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新 애국주의는 기관투자가에 있어 생명과도 같은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방임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저점을 확인하지 못할 경우 나중에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② 수급변수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한국版『新 애국주의(New Patriotism)』 지난 여름 한국은행이 역사상 처음으로 콜금리를 2개월 연속 인하한 뒤「막연한 유동성 유입에 대한 기대」가 한창 제기되었던 적이 있었다. 최근 ⓐ 임시 금통위를 통한 콜금리 추가 인하와 ⓑ 고객예탁금 증가 ⓒ 기관투자가의 시장방어에 힘입어, 수급변수에 의존한『돈의 힘』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低 금리 등과 같은 『돈의 힘』에 대한 기대 효과는 제한되기 마련이다. 즉, 99년 이후 주가와 금리의 逆비례관계가 오히려 正비례관계로 반전되고 있고 (작년 이후 현재까지 종합주가지수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의 상관계수는 +78.8%를 보이고 있음), 일반 투자자도 주식시장이 장기 침체를 보이는 동안 (동물적으로) 경기수준에 맞게 기대수익률을 하향 조정하려는 정서 변화를 겪고 있다. 또한 低 금리 금융정책이 애초 의도하지 않았던 부동산 등 非 실물부분의 버블(Bubble) 생성 조짐이 뚜렷하여「유동성 함정」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주식시장은 결국 실물경제의 투명한 거울일 수 밖에 없는데, 구조적인 처방이 아니라 수급처방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경우 자칫『뒤늦은 위험관리 여파』로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전통적인 금리와 주가의 반비례관계」가 지속적으로 도전 받고 있는 상황】 ▶ 체면 지키기(Facework) 접근은 결국 머피의 법칙(Murphy’s Law)에 봉착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주가의 저점 테스트 기간이 의외로 길어질 경우,『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체면 지키기(Facework) 접근』은 결국 머피의 법칙(Murphy’s Law)에 봉착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란, 「어떤 일이 안 좋게 될 가능성이 있으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법칙」으로 정의된다. (외국에서는 소드의 법칙(Sod’s law)이란 명칭으로 더 통용된다.) ① 머피의 법칙(Murphy’s Law) 신호 1 : 주식시장보다 한발 더 빨랐던 외환시장』의 이상 기류 외환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보유 심리가 수그러 들지 않으며, 원/달러 환율이 달러/엔 환율과의 연관성이 현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일본은행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115∼117엔대를 나타내는 등 엔화강세가 지속됐지만, 원/달러 환율은 엔화의 움직임과 정반대로 약세로 자꾸 가고자 한다. 시기적으로 미국의 위험한 군사 대응이 현실화될 수 있는 시점이고 재정 적자 확대 등 미국의 펀더멘탈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의 이상 기류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주 후반 발표된 미국 뮤추얼펀드 유출입 현황(Trim Tabs의 표본추출)에 따르면, 9월17∼19일 동안 Equity Fund에서 무려 94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되었고, 특히 International Equity Fund에서만 5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 일본만 순유입 기록) 우려했던 달러자산으로부터의 이탈현상이 조심스럽게 나타나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달러의 약세를 투기적인 수요로만 단순히 보기에는 무언가 설명력이 부족하다.특히 외환시장이 주식시장보다 한발 더 빠르게 움직였던 사례가 많았다는 측면에서, 환율상승 기대심리 이면에 ⓐ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 ⓑ 투기적인 수요 外에『무언가 중요한 또 다른 조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점을 던져봐야 될 것 같다. 【신호 전달 효과 측면에서 주목해야 될 외환시장의 이상 기류】 ② 머피의 법칙(Murphy’s Law) 신호 2: 『경기 침체기의 초기 단계』진입 가능성 -경기 침체(Recession)는 일반적으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때로 정의된다. 테러 사건 이후 실시된 각종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의 3분기와 4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연율로 마이너스0.5%, 마이너스 0.7%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2분기 美 GDP성장률 추정치가 0.2%정도로 나타났던 사실을 감안할 때, 현재의 시점은 경기침체의 초기 단계에 진입하는 길목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과서적인 경기 침체(Recession) 정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3분기와 4분기 GDP 성장률이 이전과 달리 현격하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富의 효과(Wealth Effect)’에 의한 메커니즘에 의해 소비 확대를 부추기며 소비자 신뢰에 대한 기대를 막연하게 높였기 때문에, 향후 체감 지수는 심리적으로 미국에 못지 않을 수 있다. 특히 4분기에 집중되는 회사채 만기 도래 부담과 가계 대출의 급증 등이 어울려 신용 경색이 기업 및 소비자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경우, 4분기에 의외로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렇듯 국내외적으로 경기 침체기의 초기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주식시장과 관련된 투자판단의 1차 준거를 가격 메리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잉 설비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부담이 IT부문의 기업 투자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 증대가 경기 침체의 근본 원인인 수요 회복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측면을 주시해야겠다. ▶ 「돈의 제한된 힘」에 현혹되지 말고, 단기적으로 철저하게 엎드려 있어 보자! 금주 예상할 수 있는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먼저, 국내 수급변수의 여력이 점차 제한되면서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될 경우, 믿었던 국내 수급변수가 오히려 뒤늦은 스톱로스(Stop Loss)와 맞물려 악성 매물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둘째, 미국의 군사 대응이 국제사회에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게 될 경우, 자칫 경제적 처방 관점에 의한 Noble War가 아니라 또 다른 늪지에 빠질 수 있는 Dirty War로 발전될 수도 있다. 향후 미국의 향후 대응과 관련하여 3가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싶다. 첫째, 라덴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국제 사회에 제시하지 못하고 대응을 현실화함에 따라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둘째, 아프간에 대한 응징에 한정해서 생각해 본다 하더라도 파키스탄이 단순한 군사병참기지 차원을 떠나 실질적인 전쟁 지역이 됨에 따라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셋째, 미국의 대응이 현실화되고 나서 추가 테러가 발생할 경우 세계 각국의 소비자 심리에 추가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금의 상황이 걸프전 당시와 달리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 금리 정책 측면에서 걸프전 당시에는 금리 인하를 전혀 하지 않은 상황이고 지금은 지속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된 마무리 단계이고, ⓑ 일본 및 선진국 경제 측면에서 걸프전 당시에는 일본 등 선진국의 경제상황이 비교적 건실하였으나, 지금은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기 침체 사이클이 사실상 일치되고 있고, ⓒ Emerging Market 측면에서 걸프전 당시 신흥국가의 시장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였으나, 지금은 절대다수의 신흥국가 경기 주기가 침체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체면을 지키려고 노력하게 되면, 자연히 씀씀이가 자신의 소득 수준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결국 넘게 될 경우가 많다. 체면 지키기(Facework)에 주안점을 둘 경우 당장 짧은 만족을 느낄 수 있지만, 뒤늦게 긴 고민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금주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생각해 봐야 될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혼돈’의 실례를 비할 데 없이 적나라게 표현한 조형물 성격인『무너진 World Trade Center』를 눈 앞에 보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관성에 의거하여) 종전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연해 보려는 미국 투자자의 욕심이 가지는 한계를 생각해 볼 때이다. ⓐ 과잉 충성하는『新 애국주의(New Patriotism)』가 가져 다 주는 후유증에 대해 점차 깨닫게 되고 ⓑ 수급변수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한국版『新 애국주의(New Patriotism)』의 효과도 단기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고 ⓒ 무리수를 두고 있는 미국의 대응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그 후유증이 조금씩 나타나게 될 때, 경기 침체 초기 단계에 진입하는 펀더멘탈에 대한 인식이 공감대를 뒤늦게 형성될 것 같다 . 따라서 지금은「돈의 제한된 힘」에 현혹되지 말고, 단기적으로 철저하게 엎드려 있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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