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을 세계 8번째 무기 수출국으로 끌어올리며 ‘수출 효자’로 떠오른 방산주가 최근 신통찮다. 주요 방산 종목이 올 들어 하락하거나 반등에 들어간 코스피 상승률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방산 기업들의 수출 기대감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우상향할 것으로 본다. 방산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사이클로 진입하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 가치도 리레이팅(rerating·똑같은 이익을 내더라도 주가가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 K9 자주포(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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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LIG넥스원(079550)은 올 들어 15.29% 하락하며 7만8100원 선까지 주가가 빠졌다. 지난 한 해 동안 34.40%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56.86% 뛰었던
한국항공우주(047810)는 올해 주가가 6.88% 하락했다.
현대로템(064350)은 지난해 36.54% 올랐으나 올해 6.69% 내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해 53.33% 상승에 이어 올 들어서도 3.40% 상승했지만, 올 코스피 상승률인 7.10%보다 상승폭이 작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9일 연속 상승하는 등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방산주는 살짝 비켜나 있다. 특히 지수 반등의 주체였던 외국인이 외면한 게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 올 들어 외국인은 한국항공우주를 677억 원, LIG넥스원을 273억 원어치 내다 팔았다. 순매도 상위 10개주 중 2개다. 현대로템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방산주의 약세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급등에 따른 주가 조정 및 수주 모멘텀 약화를 배경으로 꼽는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방산 업체들의 주가수익률은 차익 실현 등의 영향으로 대체로 시장수익률을 하회했다”고 분석하면서도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 등 방산 수출 관련 기대감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질서 재편 및 긴장 고조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방산기업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무기시장의 재편 및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중동지역의 국방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기회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적 안보 불안이 증가하며 유럽 각국은 무기 구매 등 방어 역량 확충에 나서고 있으며 한국 방산기업은 이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된다”며 “글로벌 무기 수입시장의 35% 가량을 차지하는 중동은 전쟁과 테러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으며 현지 수입시장 내 한국의 포지션을 고려할 때 향후 방산 수출 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정책 수혜도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국방비로 331조4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방위력 개선비에만 107조4000억 원 투입이 예정됐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사상 최대 방산수출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는 정부의 강력한 수출지원정책을 바탕으로 방산수출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