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모든 신약 후보물질이 반드시 임상 2상을 성공한 약물이 아니라는 데 주의해야 한다.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해도 임상 3상으로 넘어오는 신약 후보물질이 있다는 얘기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일반 투자자는 잘 모르고 있지만 사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임상 중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임상 중인 환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는 한 임상을 중단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신라젠(215600)이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로 임상 3상을 하다 중간에 개발을 접기로 한 펙사벡이다. 펙사벡은 미국의 바이오기업 제네렉스가 개발하던 물질로 임상 2b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던 물질이다. 하지만 신라젠은 2014년 제네렉스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임상 3상 디자인을 완전히 변경하고 FDA 승인을 거쳐 2016년부터 임상 3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중간평가 성격인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 진행이 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받아 3일 연속 하한가를 맞고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줬다.
임상 2상에 주목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임상 2상이 임상 각 단계별 성공확률에서 가장 낮다는 점이다. 임상 2상의 성공확률은 질환별로 평균 32.4%에 그친다. 임상 1상의 성공확률이 64.5%, 임상 3상의 성공확률이 60.1%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임상2상을 통과한 후 기술수출 된 후보물질은 설사 반환되더라도 다른 회사로 다시 기술이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2년 미국의 제약사 애브비로 약 10억 달러(1조2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됐던 벨기에의 바이오 기업인 갈라파고스의 경구용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 필고티닙(Filgotinib)이 이런 경우다. 이 후보물질은 임상 2상 성공 이후 애비브의 계약 파기로 갈라파고스사로 반환됐다. 하지만 기술계약 파기 후 3달 만에 20억달러(2조4000억원) 규모로 길리어드로 재이전됐다.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던 힘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길리어드는 FDA에 필고티닙의 신약신청서를 지난해 12월 제출해 올해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