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경매브리핑]뒤바뀐 세입자와 집주인

  • 등록 2017-10-01 오전 11:49:57

    수정 2017-10-01 오후 2:47:56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들어선 테크노-마트 21 전경.[사진=지지옥션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경매시장에서 통용되는 말 중 하나는 ‘세입자를 조심하라’ 입니다.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대항력을 가진 임차인을 조심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입자가 직접 낙찰을 받으려 경쟁자로 나섰을 때입니다.

낙찰받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물건의 가치와 리스크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그 부동산을 이용하고 있는 세입자만큼 그 가치와 리스크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는 사람은 없겠죠? 그래서 세입자는 경매시장에서 누구보다 더 강력한 경쟁자가 됩니다.

지난달 2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21 29층의 낙찰자 역시 임차인인 ㈜동아건설산업이었습니다. 매각가는 감정가(37억 8400만)의 70.35%인 26억 6210만원입니다.

동아건설산업과 원 소유자인 프라임개발과의 인연은 조금 복잡합니다. ‘동아 라이크텐’이라는 주택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동아건설산업은 과거 동아그룹의 핵심 계열사였지만 외환위기로 파산한 뒤 2008년 부동산 개발사업자(디벨로퍼)인 프라임개발에 인수됐습니다.

그러나 프라임개발은 이후 동아건설산업을 인수하고 저축은행(프라임저축은행)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등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4000억원 규모의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와 프라임저축은행 관련 200억원 부실대출 등으로 현재 법정 공방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동아건설산업 역시 다시 재무 위기에 빠지면서 법정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지난해 삼라마이더스(SM)그룹에 인수됐습니다.

결국 동아건설산업의 이번 사무실 낙찰은 전(前) 모회사의 경영 악화에 따라 세입자와 집주인이 뒤바뀐 처지를 극명하게 나타나는 결과가 됐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때는 국내 디벨로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업이 결국 없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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