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펀드 `유명무실`vs`첫술에 배부르랴`

법적 걸림돌 산적.."신규 교포자금 유치효과 미미"
정부 "교포펀드 운용실적이 관건"

  • 등록 2009-04-07 오전 10:03:33

    수정 2009-04-07 오전 10:03:33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정부가 안정적인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온 교포펀드가 당초 기대와 달리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법률적인 문제로 인해 미국 등 해외 현지에서 교포 자금을 직접 모집하는 길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또는 다음달중 첫선을 보일 교포펀드의 경우 이미 국내에 유입된 교포자금을 대상으로 조성될 공산이 커졌다. 일각에선 비과세 혜택을 줘서라도 동포들의 달러 자금을 유치, 외화유동성을 확대하고 한국물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재원을 확보하겠다던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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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어 좋았지만..법적 걸림돌 산적

2007년말 현재 동록된 재외동포는 150여개국에 걸쳐 678만명에 달한다. 이들 한인 네트워크의 자산 가치는 12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중국 화상(華商)과 유대인 디아스포라에 버금가는 한상(韓商)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복안으로 교포펀드 조성을 추진중이다. 순조로운 자금 유입을 위해 교포펀드에 1억원까지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세를 비과세하는 등 지원책도 마련해 뒀다.
 
그러나 실제 상품개발에 착수하면서 정부와 금융권은 적잖은 걸림돌에 봉착했다.
 
미국 등 외국 금융당국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교포펀드는 일종의 역외상품.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SEC가 실질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역외상품(역외펀드)에 대해서만 국내 자금 모집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해당 규정을 따를 경우 미국 감독당국이 국내에 설정된 교포펀드에 감독권을 행사하는, `감독권의 월경(越境)`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역외펀드는 미국내에서 직접 자금을 모집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캐나다계 일부 역외펀드 정도만이 양국간 금융공조에 따라 미국내에서 직접 자금을 모집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 교포펀드를 설정하거나, 미국 금융회사에 교포펀드 설정을 위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부쪽 판단. 정부 관계자는 "미국 감독당국 입장에서 한국계 교포만을 대상으로 하는, 그리고 이들에게만 비과세 혜택을 주는 내용의 상품을 인·허가 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투신운용도 2년여간 교포펀드 개발을 추진했지만 이같은 걸림돌 때문에 상품 개발을 포기한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아이디어만으로 서둘러 방안을 내놓다 보니 실제 상품 설계 과정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 `취지퇴색` vs `첫술에 배부르랴`

이처럼 해외 현지에서 직접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길이 막힘에 따라 신한자산운용이 개발중인 교포펀드도 사실상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교포 자금을 대상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도 "일단 신한은행이 만든 교포우대예금(가칭) 같은 특정계좌에 예치되는 교포들의 자금을 이용해 교포펀드를 조성,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우회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대규모 교포자금이 신규로 유입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일단 국내에 들어와 있는 교포자금이 신한자산운용 교포펀드의 주요 재원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비과세 혜택을 주면서까지 교포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해외 동포들의 신규 자금을 국내로 끌어오기 위한 것이었지, 이미 국내에 유입된 교포자금을 특정 회사 상품으로 묶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화유동성 확대와 안정적인 해외투자 확보라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

좀 다른 시각이지만 우리 정부가 교포펀드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해서 미국 정부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우리 정부의 세수가 고스란히 미국으로 넘어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이에 대해 정부는 `첫술에 배부를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신한자산운용의 교포펀드가 우수한 운용실적을 낼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투자를 위해 신한은행 계좌에 자금을 송금하는 교포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비록 우회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교포펀드가 양호한 운용실적으로 교포 사회에서 자리잡으면 국내로 송금되는 동포들의 자금도 확대될 것"이라며 "교포들이 국내은행 외화예금 계좌에 돈을 송금하는 것은 별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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