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의 반도체` 탈출구를 찾아라

수요 감소로 수익성 악화
D램 업계가 가장 큰 타격
정부 구제금융·기업간 M&A 잇따라
  • 등록 2008-12-23 오전 10:18:03

    수정 2008-12-23 오전 10:18:03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파산 위기에 내몰려 정부의 구제금융을 기다리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반도체 업계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자금을 쏟아 부으며 생산량을 늘려 왔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들어서면서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가까스로 생존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일부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는 내년에도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업계의 위기도 지속될 전망이다.

◇ 수요 감소로 수익성 급속 악화

몇년 전만 하더라도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날로 늘어나는 수요에 공급을 맞추느라 바빴다. 컴퓨터,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들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반도체 수요도 함께 증가한 탓이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해 디지털 기기 판매가 감소함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은 타격을 받게 됐다. 일부 업체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증설했던 생산 라인을 절반만 가동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 규모는 3분기 38억달러에서 4분기에는 102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니엘 헤일러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비즈니스위크(BW)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상황에 대해 "절박하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특히 D램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D램은 제품이 규격화 돼 있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며, 상품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점에서 투기 세력에 인해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도체 업황이 앞으로도 당분간 좋지 못할 것이란 점에 있다.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전세계 반도체 매출이 올해보다 16.6% 감소한 2,192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는 반도체 업계의 매출 회복이 2010년이나 2011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때까지 일부 기업들의 파산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 정부 구제금융 투입 잇따라

반도체는 대부분 국가에서 중요한 전략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이 위기에 처하자 각국 정부는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번 달 들어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인터내셔널(SMIC)은 국영회사인 다탕으로부터 1억7000만달러를 수혈받았다.

독일 작센 주정부는 D램 제조업체 키몬다에 2억600만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하이닉스에 8,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반도체가 주력 산업인 대만도 D램 업체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적극 검토중이다.

크리스찬 하이다슨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산업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고 싶어하는 국가는 없다"며 "각국 정부의 반도체 업체 구제금융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 중소형 업체들 합병 움직임

정부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못하는 기업들은 합병을 모색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하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반도체 수요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중소형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만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난야테크놀러지와 미국 마이크론은 합작회사인 메이야와 이노테라를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대만 최대 D램 업체인 파워칩 세미컨덕터는 대만 정부에 일본 엘피다와의 합작사인 렉스칩 일렉트로닉스의 지분 일부를 매입해달라고 요청했다. 파워칩과 엘피다는 합병설이 나돌고 있는 상태다.

데일 포드 아이서플라이 부사장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업체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을 지속하거나 시장에서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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