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17년째 부금통장을 들고있다"는 손정희 씨는 "중간 중간 청약했지만 탈락했고, 이젠 눈씻고 찾아봐도 청약할 데가 없다는 게 말이되냐"며 울분을 토했다.
청약 기회가 아예 없어서 "요즘은 더 허탈하다"는 윤억수 씨 역시 "중소형 아파트에 당첨돼 보겠다고 청약부금을 넣고 기다린지 벌써 10년째"라고 한탄했다. 그는 "돈이라도 있으면 청약예금으로 전환해서 신청하겠지만 요즘 같은 고분양가에는 도저히 엄두가 안난다"고 토로했다.
주택정책이 바뀌었지만, 청약제도가 이에 따라 변화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그는 "민간건설사들은 중소형보다 이익이 짭짤한 중대형 아파트 건설에 열을 올렸고, 정부는 청약저축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 건설 확대에 나섰다"며 "이 때문에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의 민간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부금은 쓸모가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결국 부금 가입자들에게도 청약기회를 마련해 주는 정책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아예 청약부금과 청약저축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고영헌 씨는 "몇억의 시세 차익을 내고도 종합부동산세 못낸다고, 불평하는 민원에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 서민들을 위한 청약저축·부금정책에 우선 신경을 써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금가입자의 청약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청약저축 가입자에게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어,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미정 씨는 "청약부금으로는 불과 2년6개월만에 1500만원을 불입할수 있고, 청약저축자가 이를 모으려면 12년5개월이 걸린다"며 "청약부금을 저축과 똑같이 한다는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부금 가입자들의 주장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