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에 자신이 넘친다. 한 해 2000회 이상, 32만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왔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느껴왔던 터다. 이제 보다 많은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경제를 익힐 수 있으리라.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주인공은 김학렬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원장(55).
작년 9월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한국은행 경제교육 홈페이지(www.bokeducation.or.kr , www.한은경제교육.kr)`가 드디어 그 문을 활짝 열었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꼬박 1년이 걸린 프로젝트다.
`경제교육 사이트 구축`의 시작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됐다. 채 열 살이 안되는 아이들도 척척 인터넷 서핑을 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지난 4월 미국 출장 갔을 때 뉴욕과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위원회를 방문했는데, 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인터넷 환경이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었거든요. 우리는 교사연수 같은 것을 할 때 인터넷으로만 신청을 받는데, 거기서는 온라인 접수는 아예 안 받고 오프라인으로만 받더라고요. 기본적인 패러다임 자체가 다른 거지요. 이런 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인터넷 경제교육이 가능한 거구요."
경제교육 사이트의 활성화를 기대케 하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많이 알고 싶어하는 욕심`이 그것이다. 뭔가 알고자 하고, 계속 배우고자 하는 의욕 역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는 것.
`딱딱한`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전담해 할 수 있는 일도, 한은내 행원들끼리만 머리를 맞대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기 때문. 여러 업체들과 함께 일을 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문제였다.
경제 지식을 정리하는 사람과 컨텐츠로 재구성하는 사람, 애니메이션이나 플래쉬로 구현하는 사람이 다 달랐다. 여기서는 분명 "A"라고 했는데 저기서는 "B"로 알아듣는 일이 허다했다. 반복에 반복, 수정에 수정이 이어졌고 야근이 계속됐다.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들은 대개 밤샘 작업을 하더라구요. 별 수 있나, 같이 밤을 샜지요."
애쓰고 공들여 완성된 사이트인 만큼,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작게는 경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다고 했다. 지식을 많이 습득하지는 못해도, 어린이들이 경제가 남의 얘기가 아니며 결국 실생활이 곧 경제라는 것을 깨치게 된다면 그것만큼 큰 소득이 또 있을까.
"외환위기나 카드사태를 거치면서 경제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신용불량자로 고생하고 있거나 소득과 소비를 잘 매치하지 못해 쩔쩔 매는 사람들이 많지요. 어린이·청소년기에 경제마인드를 잘 길러주면 전 국민의 경제 수준도 업그레이드 되지 않겠어요?"
"경제에 대한 국민 이해도가 높아지면, 통화정책 파급효과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것 또한 선진 경제로 가는 하나의 길 아니겠습니까."
이번 홈페이지에 들어간 예산은 총 17억원(±α).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성인이 따라가도 유익할 만큼 수준있는 내용들이 담겼다.
`알기쉬운 경제이야기`, `카야의 좌충우돌 경제모험` 등 한국은행의 인기있는 교육 도서들이 고스란히 이 북(e-book)으로 자리잡았고, 일일학습 시스템을 도입해 하루에 한 개념씩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게 구성됐다. 각종 통계는 물론 애니메이션과 플래시 등도 꾸준히 업데이트 될 예정이라고.
홈페이지 오픈으로 한국은행의 경제교육은 균형잡힌 세 축을 갖추게 됐다. 행원들이 직접 나가 가르치는 현장 교육과 교재 제작, 그리고 홈페이지를 활용한 대국민 멀티 교육 서비스다. 그 꼭지점에 서 있는 김 원장이 말한다.
"사이트 사전 평가에 참여했던 어느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한국은행 직원들이 흘린 피와 땀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다`라고요.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막연하고 추상적인 경제개념들을 `아, 이건 이래서 이렇구나`하고 바로 알 수 있게, 정말 신경써서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고 매일 방문하는 사이트가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한국은행 경제교육사이트 메인화면(좌측=어린이용, 우측=청소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