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한결같이 "투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법의 잣대에선 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정도다.
이에따라 공들여 만들어 놓은 8·31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신의 골이 더욱 높아져 결국 부동산 정책이 좌초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이해찬 총리·정문수 보좌관 투기 `의혹`
이해찬 총리는 부인이 3년전 매입한 대부도 땅 683평과 관련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취득 목적이나 과정 모두 석연치가 않다는 것.
이 총리는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 때 "지역 주민을 위한 주말농장용으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지법상 농지 보유 상한선을 넘고, 농업 경영을 목적으로 할 때만 가능한데 이 총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이 가운데 150여 평을 자신의 보좌관 출신이 소장을 맡고 있는 연구소에 무료로 빌려준 것도 집중 추궁을 당하는 대목.
게다가 이 땅은 `농지`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강화되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투기를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 비난 여론을 오히려 증폭시켰다.
정문수 보좌관은 투기혐의가 더 짙다.
정 보좌관측은 우연하게 주민 권유로 땅을 샀으며 절대 투기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농지임에도 불구하고 왜 8년여 동안 농사를 짓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만약 위법임을 알고도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면 부동산 대책 입안을 주도했던 책임자로서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땅 매입시 이미 영농계획을 토지거래신청서에 상세히 적어 제출한 만큼 법망을 피해나갈 여지를 이미 마련해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땅값은 그동안 3~4배 올라 1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도덕적 해이 비난 빗발..8.31대책 불신 깊어질듯
이에따라 이 총리와 정 보좌관 개인은 물론, 부동산 투기 근절을 외친 정부의 입장은 매우 난처하게 됐다.
청와대는 이들의 임명 과정에서 투기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사안임을 알면서도 임명한 경위, 그리고 이들이 부동산 대책 마련을 주도하도록 두면서 이 사실을 그야말로 `방치`한 것등에 대해 비난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들의 책임 문제와 부동산 대책은 별도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들여 만든 대책이 무위로 돌아갈 경우 오히려 대책 이전보다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이 총리나 정 보좌관의 경우 모두 투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고, 그 때 당시 부동산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른 채 관행에 따라 매입하면서 문제의 소지가 생겼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8.31 대책을 마련한 입장에서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책임을 통감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문제와 8.31 대책과 연계해서 문제삼진 않았으면 한다"며 "8.31 대책에 손상이 가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투기혐의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난감해 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 특히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책임 문제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이 문책될 경우 `8.31 대책`의 성공적인 안착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땅을 처분하거나 사회에 아예 환원을 하든지, 물러나든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애매한 발뺌을 하고 있어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대책의 성공을 위해선 이들의 역할이 또 있는 만큼 무조건 물러나는 것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도 `연정`을 접고 정기국회 동안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는 부동산 등 법안 처리를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고위 공직자의 잇단 투기 의혹으로 부동산 대책이 국회의 문턱을 잘 넘어설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