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가격상승..日 부동산 되살아나나

  • 등록 2005-09-21 오전 10:17:07

    수정 2005-09-21 오전 10:17:07

[이데일리 조영행기자] 1980년대 `거품경제`의 붕괴를 상징하며 장기침체에 빠져 있던 일본 부동산 시장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1990년 이후 줄곧 하락을 거듭하던 일본의 땅값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반전하면서 최근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가 대세상승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20일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 7월 1일 현재 시점의 기준지가에 따르면 도쿄 중심 23개구의 주택및 상업용지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0.5%, 0.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폭은 작지만 버블경제 붕괴 이후 계속되던 땅값하락 추세가 처음으로 반전됐다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

니혼게자이신문은 땅값상승이 도시 중심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외곽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기상승과 소비심리 회복이 부동산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신문은 자산 가격에 대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됨에 따라 땅 값 상승이 중심지에서 외곽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땅값상승 도심서 외곽으로 확산

땅값 상승 현황을 보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동시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 메구로 구의 경우 전 지역의 땅값이 올랐으며 집 구하기가 어렵다는 히몬야, 하가시가오카, 야쿠모 등의 고급 주거지역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도쿄시내를 일주하는 지하철 순환노선인 JR 야마노테 선 외곽으로 땅값 상승이 확산돼 남서지역의 세타가야 구, 수기나미 구, 무사시노 시 등의 땅값이 올랐다.

오사카에서도 주거지역의 가격 상승이 확산되고 있다. 최고급 주거지역으로 유명한 아시야, 효고 현의 경우 외부 전입자의 증가로 땅값이 1.1% 상승했다.

상업용지의 가격 역시 가격상승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도쿄 아키하바라 지역의 재개발 붐으로 인해 소토-칸다와 인근 5개 구역의 땅값이 급등했다.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고, 외곽지역의 소비자들이 쉽게 오갈 수 있는 도쿄의 다치가와, 치바 현의 가시와 등의 땅값 역시 상승했다.
도쿄의 긴자와 마루노우치 같이 이미 땅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도 가격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긴자의 중심가인 오모테도리 가 인근은 지난해 8.3% 상승을 넘어서서 15.4%의 인상을 기록. 신바시 인근 지역의 지가는 긴자에 새로운 점포가 몰리고 있는 데 힘입어 10% 이상 올랐다.

교통 여건 개선으로 인한 땅값 상승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쓰쿠바 고속철의 개통으로 이바라키 현 쓰쿠바 시의 8개 지역의 땅값이 올랐다. 새로운 역사가 건설된 사이타마 현의 야시오와 치바 현의 나가레야마 역시 땅값 역시 상승했다.

◇경기활성화로 자금유입..장기상승은 `글쎄`

일본의 땅값이 15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토교통성은 경기 활성화로 인해 콘도미니엄과 업무용 빌딩의 수요가 증가, 도시 지역의 지가를 올렸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대도시권 땅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으며 견조한 사무실 수요와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등이 지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9일에는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BOJ)이 모두 경기 판단을 상향조정하면서 일본 경제가 소프트패치(회복기의 일시적 침체)를 탈피했다고 공식 선언해 경기활성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일본 내각부도 월례 경제 보고서를 통해 "기업 및 가계 부문의 개선과 함께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가계소비와 민간 설비투자 회복을 이유로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1.8%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IMF는 "고유가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 엔화 절하 등은 부담"이라는 경고를 내기는 했지만 소비자 물가가 내년에 바닥을 치고 경기회복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정부출연 연구소인 일본조사연구소가 20일 내놓은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일본인의 50.3%가 내년에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아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달에 발표된 같은 설문에서는 물가상승을 예상한 응답자의 비율이 39%에 그쳤었다.

하지만 경기활성화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조사연구소의 테쯔 마쯔무라는 "땅값 상승이 더욱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상당 지역에서 땅값이 장기간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국토교통성 발표에서도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빌딩용지 가운데서도 소규모 용지의 가격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땅값 회복이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일본 부동산시장의 향방은 일본경제가 앞으로 얼마나 견조한 성장세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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