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춘동기자]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더 바짝 졸라매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고소득층이나 콩나물 가격 몇 푼이 아쉬운 서민들이나 지갑을 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전국민이 자린고비 작전에 돌입한 듯하다. 5일 발표된 통계청의 3분기 서비스업활동동향은 이 사실을 극명하게 나타내준다.
극도로 위축된 건설경기로 부동산 임대업이 죽을 쑤고 소비자들은 소득 감소 때문에 심지어 자녀 교육이나 오락에도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내수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분기기준 서비스생산 사상 첫 감소
`9월 및 3분기 서비스업 활동동향`은 암울한 내수경기의 단면을 재차 확인시켜줬다.
미약하나마 하반기부터는 회복조짐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여지없이 빗나갔다. 오히려 최악의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더 악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서비스업 생산은 최초로 분기기준으로 감소했다. 분기기준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0년 서비스업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소매업은 20개월째 감소행진을 이어갔고, 부동산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3분기 추석 연휴가 포함돼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진다. 명절특수조차 누릴 수 없을 만큼 내수침체의 골이 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숙박업이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주로 호텔업의 영향이 커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부동산업 7개월째 감소..건설경기 침체 영향
부동산과 임대업은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동산 및 임대업은 올해 1월이후 9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더욱이 감소폭도 지난4월 마이너스 10.2%를 기록한 이후 8월 마이너스 9.6%로 잠시 한자릿 수로 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반 년 동안이나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어 건설경기 침체의 후유증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의 두자릿수 감소세가 반년 동안이나 지속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국판 뉴딜 등 정부의 건설경기 연착륙대책에도 불구하고, 건설수주 급감과 종합부동산세 시행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업은 상당기간 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웰빙 서비스만 건재
도·소매업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도매업은 그나마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소매업은 20개월째 감소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도매업 생산도 1년4개월만에 처음으로 2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오락·문화에 대한 지출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락, 문화 및 운동관련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 9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가 감소해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웰빙바람으로 경기 및 오락스포츠업은 5.7%가 증가해 경기침체도 웰빌 바람은 꺾지 못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부의 사교육대책과 내수침체가 맞물려 학원업도 최악의 침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교육서비스업은 역시 9.0%가 감소해 7개월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회복기간 길어질 듯
소비심리, 내수와 직접 연결된 서비스업이 이렇게 엉망인 상황을 벗어나기에는 시간이 좀 지체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가계부채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조만간 내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긴 하지만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과 IT경기와 수출 둔화 등은 여전히 내수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에 육박하는 내수비중을 가진 건설경기의 향배가 내수회복을 위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앞길은 험난하다. 건설수주는 급감하고 있고, 정부의 연착륙 대책은 주로 내년 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종합부동산세도 건설경기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중 통계청 서비스업통계과장은 "서비스업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당장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