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는 인터넷 기업의 생존 능력에 대한 고찰이 일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가 몇 주전에 인터넷 기업을 현금고갈로 평가한 잣대를 내놓은 뒤로 이와 비슷한 분석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미국의 CNBC도 이에 뒤질 새라 9일 비슷한 기사를 실었다. CNBC는 인터넷 주식에 대한 새로운 메트릭스(평가 기준)는 무엇인가라고 물은 뒤, 현찰과 현금 고갈속도(burn rate)라는 기준을 내놓았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물론 현금 규모를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인터넷닷컴’의 인터넷 주식 분석가인 탐 타울리는 “투자자들이 인터넷 기업의 수익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브랜드나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서 점차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타울리는 기업의 영업실적에 두드러지지 않은 항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기업이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지, 현찰이나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을 합해 1억 달러는 가지고 있는 지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판매하는 ‘뮤직메이커닷컴’의 현찰은 5800만 달러. 작년 4분기에 이 기업은 12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봤다. 그 전과 비교해 50% 정도 적자폭이 커졌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뮤직메이커닷컴은 6개월을 버틸 수가 없다.
뮤직메이커닷컴의 라이벌인 ‘MP3닷컴’을 보자. 현찰과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을 합쳐 4억73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도 분기마다 1000억 달러씩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괜찮다고 타울리는 말한다. 경쟁자인 뮤직메이커가 고사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뉴먼트 펀드 그룹’의 부사장이자 기술주 전략가인 로버트 버고인은 비교 투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그는 종종 투자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고 하는데, 가장 큰 잘못은 주당 100달러가 넘는 대표주를 사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골드만 삭스의 ‘슈퍼 세븐’ 선정과 같은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이 다시 나왔다.
‘훌리언 로키 하워드 &주킨’의 부사장인 데비 사이먼은 “많은 돈을 들여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도 투자자들이 신생 인터넷 기업을 볼 때 주의해서 봐야 할 주요 사항”이라고 말한다. 브랜드는 시작일 뿐이라는 것.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했던 ‘닥터쿠프닷컴’을 보면 알 수 있다. 40달러 선에 달했던 닥터쿠프닷컴의 주식은 겨우 3달러 선.
현금고갈속도와 함께 얼마나 많은 적자를 보고 있는가도 주목해야 한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그렇다. 적자폭을 수정하면서 하루에 40%나 폭락했다.
온라인 광고회사인 ‘애브뉴 A’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1999년 총수입이 70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광고비로 벌어들인 돈은 13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타울리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광고회사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수입이 80%나 감소한다면? 인터넷 광고회사에게는 좋지 않은 뉴스가 될 것이다” 그는 투자자들은 이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인터넷 월드 2000’ 컨퍼런스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무선통신과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 의료 기기, 제약, 광대역(bandwidth), 온라인 교육 등이 괜찮을 것이라고 의견 일치를 봤다. 버고인은 “광대역 서비스나 광대역이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아마도 몇 년간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몇 년간 온라인 교육 서비스 사업에서도 많은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하나다. 예전의 방식에 주목해 투자해야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은 돈을 벌어들이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CNBC의 분석과 달리 최근 설정된 일본의 한 뮤추얼 펀드는 새로운 기준을 내놓았었다. 수익성과 함께 매출 증가율과 고객 증가율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 기술주에서는 성장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