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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를 못한다는 지적에 시무룩해하던 아들에게 윌 스미스(크리스 가드너역)가 말합니다. 이는 아들에 대한 조언인 동시에 결국 본인의 다짐이기도 하죠. 꼬맹이 아들을 데리고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며 증권사에서 무급 인턴으로 일하던 그가 찾고 싶던 꿈과 행복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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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을 찾아서(원제 The Pursuit of Happyness)’는 무일푼 노숙인에서 투자회사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자리로 우뚝 선 크리스 가드너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아들 크리스토퍼는 실제 윌 스미스의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가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이후 두 부자가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만나 함께 찍은 ‘애프터어스’는 참혹한 성적을 기록하긴 합니다만).
주연을 맡은 윌 스미스는 기존 ‘맨인블랙’이나 ‘나쁜녀석들’처럼 주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활약하던 배우입니다. 2006년 개봉한 이 영화는 연기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됩니다. 2008년에는 7명에게 새 삶을 주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이야기를 다룬 ‘세븐파운즈’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가드너가 목표로 정한 주식 중개인이 되기 위해 겪는 어려운 상황들을 시간의 흐름에 맞춰 풀어갑니다. 잘못 투자해 재고가 쌓인 의료기기를 하나씩 팔며 생계를 이어가다가 결국 아내가 집을 나가고 아들과 모텔에 투숙하는 처지가 됩니다. 숙박비를 못내 모텔에서도 쫓겨나자 지하철 화장실에서 밤을 지내고, 결국 노숙인 쉼터로 내몰리기도 합니다.
옷차림을 지적하는 면접관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생각하다 포기했다. 불법 주차 과태료로 체포됐다가 경찰서에서 여기까지 뛰어왔다”며 능청스럽게 대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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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너는 갖은 고생 끝에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정직원에 합격하게 됩니다. 눈이 빨갛게 충혈 된 채로 사장의 축하 인사를 듣고 있던 그는 입을 꾹 다물고 거리로 나갑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감격하는 가드너의 모습을 비추면서 조용한 독백이 나옵니다. “제 인생의 이 작은 부분은 ‘행복’이라고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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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쉽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어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증권가가 몰린 여의도에서도 2016년 대신증권을 마지막으로 객장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단순히 주식 거래를 돕는 것이 아니라 주식과 금융상품을 분석해 고객에게 연결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영화에서도 가드너는 한 부호를 찾아가 자신의 회사가 운영하는 연금펀드에 가입하라고 유치 작업을 벌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금융투자업계에서 브로커들은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우선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될 우량 투자자를 고객으로 유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겠죠. 대주주의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이나 유상증자 같은 자금 조달을 주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채 같은 채권 발행을 중개하거나 기업간 인수합병(M&A) 자문을 맡기도 합니다.
대규모 자금이 오가는 거래가 많아 브로커들이 받는 수익 또한 꽤 높은 편입니다. 지난달말 한 코스닥 상장사는 180억원대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모집주선수수료는 2%인 3억6000만원선이었습니다. 한 M&A 중개인 말에 따르면 이뤄지는 거래 금액의 2~3%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거래 규모가 100억원이라면 한번에 2억~3억원이 떨어지는 셈이죠. 노숙 생활을 감수하면서도 정직원이 되려고 했던 가드너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하네요.
지금도 취업 준비생들은 증권사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뿐 아니라 바늘구멍처럼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려고, 또는 팍팍한 삶 속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이 많죠. 가끔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지하철 화장실을 전전하던 가드너의 다짐을 되새겨보면 어떨까요. “집이 없는 노숙자(Homeless)이지만 희망이 없는 것(Hopeless)은 아니야”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