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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글로벌 시장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무산에 베팅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 금융시장에서도 주식값과 원유값이 오르고, 채권값이 내리는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뚜렷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분위기가 바뀐 건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의 피습 사망 이후다. 그때부터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해졌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누그러지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도 미국의 영향을 상당부분 받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 뚜렷했던 간밤 뉴욕시장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7.83bp(1bp=0.01%포인트) 상승한 1.689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일(1.702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그만큼 채권가격이 하락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10년물 이외에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등 미국채 전구간에서 금리는 올랐다. 2년물의 경우 0.7370%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지난 9일(0.771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간밤 글로벌 시장은 별다른 경제지표의 발표도 없었다. 브렉시트 불안감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그 심리가 시장을 움직였던 것이다. 최근 나온 6개의 브렉시트 여론조사 평균은 탈퇴와 잔류 지지가 50대50으로 팽팽히 맞섰다. 앞서 탈퇴 지지가 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잔류 지지가 모멘텀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위험자산인 주식은 달랐다. 간밤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3% 오른 1만7804.8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거래일보다 0.58% 오른 2083.25를 기록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0.77% 올라 4837.21을 찍었다.
루스 물드 AJ벨 투자디렉터는 “영국의 유럽 잔류 지지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는 전세계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증시도 올랐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장 대비 3.04% 오른 6204.00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3.43% 상승한 9962.02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3.50% 증가한 4340.76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배럴당 2.9% 올라 49.37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3% 올라 배럴당 50.65달러를 찍었다.
韓 시장도 원화값↑ 채권값↓ 기류 보일듯
우리 금융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전날 원·달러 환율(1160.8원)은 11.9원이나 급락(원화 강세)하고, 코스피 지수(1981.12)는 1980선을 넘어섰으며, 국고채권 전구간 금리는 상승하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크게 완화됐다. 이날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9시5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1.0원 하락한 1159.8원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화가 반등하기 위한 재료가 많지 않다는 게 시장의 심리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브렉시트 리스크의 완화 기대가 한층 더 고조되면서 글로벌 달러의 약세 압력이 심화됐다”면서 “장중 1150원대 진입 가능성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3년 국채선물(KTBF)은 오전 8시50분 현재 전일 대비 2틱 하락한 110.53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25틱 내린 130.75를 나타내고 있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내리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약세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