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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재앙이 닥친 건 1999년 2월 13일. 평택 송탄여고 2학년이던 딸 혜희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에서 야간자율 학습을 마친 뒤 오후 10시 막차 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서 내린 후 사라졌다. 30대로 보이는 술 취한 남성과 버스에서 내렸다는 운전자의 제보가 마지막. 그 이후로 송길용(61) 씨의 인생에는 주름이 깊게 팼다. 강원도와 경상도부터 외딴 섬까지. 송씨는 집과 기르던 가축을 팔아 봉고차에서 먹고 자며 아내와 전국 곳곳을 뒤졌다. 고속도로휴게소 등에 매일 전단 최소 500장을 뿌렸다. 송씨는 “돈이 떨어져 피를 뽑아 판 뒤 현수막을 만든 적도 있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컵라면을 먹으며 딸의 행방을 좇았지만 소득이 없었다. 딸 얘기를 꺼내면서는 송씨는 “장학금 받고 선도부장도 했던 건강한 아이였는데…”라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20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일대에서 열린 2014 그린리본마라톤대회에서 만난 장씨는 행사가 끝난 뒤 딸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힌 차를 몰고 다시 도로로 달렸다.
이날 그린리본마라톤대회에서 만난 실종부모들은 ‘실종 및 아동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딸을 잃고 20년을 슬픔 속에 지낸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7년의 공소시효가 폐지돼야 한다”며 “실종 후 48시간이 지니면 장기실종으로 분류돼 사실상 수사가 중단되는데 이것도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