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도 즐기는 클래식, 美서 자리잡고 韓 찾겠다"

  • 등록 2014-03-30 오후 2:15:24

    수정 2014-03-30 오후 2:15:24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지난 28일(현지시간) 저녁 6시, 뉴욕 맨해튼 14가에 위치한 구세군교회 앞에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소프라노 조수미와 뉴욕클래시컬 플레이어스(NYCP)의 협연을 보기 위해서다. 공연 시작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아 있었지만,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하루 전, 리허설 당일 NYCP의 지휘자 김동민씨를 만났다. 해마다 4~5차례의 투어를 해왔지만, 큰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내색이 역력했다. “조수미 씨와의 최종 공연 조율은 두 달 전에 끝냈어요. 무작정 연락해서 우리 단체와 하는 일, 미션 등을 알려드리고 연주 영상을 보여드렸죠. 다행히 지금 이 시기에 시간이 나신다고 해서 협연할 수 있게 됐죠.” 말하는 그의 눈빛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찼다.

김동민 NYCP 음악감독 겸 지휘자(사진 : 김혜미 특파원)
김씨가 NYCP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인디애나 대학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와 비올라를 11년간 복수 전공했다. 순탄한 길을 걷던 그는 한 노숙인 할아버지를 본 뒤 진로를 바꾸게 된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할아버지가 두 시간 동안 음악을 듣고 돌아가시는 걸 봤어요.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 할아버지가 그 시간에 뭐라도 하셨으면 적은 돈이나마 벌었을텐데, 그 시간을 포기하고 음악을 듣는 일이 그 만큼 소중했던 거죠.”

그 일을 계기로 그는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느끼거나 연주회에 직접 가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결국 박사학위를 포기하고 2010년 8월 아내와 함께 트럭 한 대를 몰고 무작정 예술의 중심지라는 뉴욕을 향했다. 퀸즈에 집을 구한 그는 3~4개월간 매일같이 크고 작은 음악 공연을 보러 다녔고, 한국인 지휘자로서 수준급 연주자들과 함께 NYCP를 결성한 뒤 지난 2011년 가을 첫 공연을 가졌다.

편한 길을 갈 수 있었는데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박사학위를 끝내고 유명한 곳에 들어가 연주하고 경제적인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과정이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 이렇게 하는 편이 노숙인 할아버지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NYCP는 누구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실력있는 수준급 연주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예후디 메뉴힌 바이올린 국제콩쿨을 석권한 바이올리니스트 로빈 스캇이 악장을 맡는 등 15명의 연주자 전원이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들은 누구나 음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김 씨의 노력은 곳곳에 숨어있다. 한 예로 NYCP의 공연 장소는 교회인 경우가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알 만한 그 지역의 벤치마크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연주자들의 수준에 대해선 어느 오케스트라보다도 자신있다. 그는 “유명 오케스트라의 부수석 단원이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연주자들이 공연에 참여하고 싶다며 먼저 연락해오는 일이 많다”며 “4년 동안 함께 해오다 보니 우리만의 사운드가 있고, 그만큼 자부심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NYCP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조수미 씨를 비롯해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킴 카슈카시안, 수필가 고(故) 피천득 씨의 외손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제키브 등 스타급 연주자들과 협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들이 그의 열정과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내년 공연계획도 거의 다 세워뒀다.

NYCP의 연주 장면(사진 : NYCP)
다만 운영비 모두를 기부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은 있다. 그는 “비영리단체로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기부 외에 입장료를 받는 건데, 그렇게 하면 처음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된다”며 단호히 말했다.

앞으로 그의 꿈은 지역을 넓혀가며 음악을 들려주는 일이다. 김 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워싱턴에서도 공연을 할 예정”이라며 “연주 횟수를 늘리고, 장소와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미국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뒤엔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께 우리의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대왕고래 시추선 크기가..
  • 상경하는 트랙터
  • 제2의 손흥민
  • 탄핵안 서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