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시작되기 하루 전, 리허설 당일 NYCP의 지휘자 김동민씨를 만났다. 해마다 4~5차례의 투어를 해왔지만, 큰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내색이 역력했다. “조수미 씨와의 최종 공연 조율은 두 달 전에 끝냈어요. 무작정 연락해서 우리 단체와 하는 일, 미션 등을 알려드리고 연주 영상을 보여드렸죠. 다행히 지금 이 시기에 시간이 나신다고 해서 협연할 수 있게 됐죠.” 말하는 그의 눈빛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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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도서관에서 할아버지가 두 시간 동안 음악을 듣고 돌아가시는 걸 봤어요.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 할아버지가 그 시간에 뭐라도 하셨으면 적은 돈이나마 벌었을텐데, 그 시간을 포기하고 음악을 듣는 일이 그 만큼 소중했던 거죠.”
그 일을 계기로 그는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느끼거나 연주회에 직접 가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결국 박사학위를 포기하고 2010년 8월 아내와 함께 트럭 한 대를 몰고 무작정 예술의 중심지라는 뉴욕을 향했다. 퀸즈에 집을 구한 그는 3~4개월간 매일같이 크고 작은 음악 공연을 보러 다녔고, 한국인 지휘자로서 수준급 연주자들과 함께 NYCP를 결성한 뒤 지난 2011년 가을 첫 공연을 가졌다.
NYCP는 누구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실력있는 수준급 연주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예후디 메뉴힌 바이올린 국제콩쿨을 석권한 바이올리니스트 로빈 스캇이 악장을 맡는 등 15명의 연주자 전원이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들은 누구나 음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김 씨의 노력은 곳곳에 숨어있다. 한 예로 NYCP의 공연 장소는 교회인 경우가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알 만한 그 지역의 벤치마크이기 때문이다.
NYCP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조수미 씨를 비롯해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킴 카슈카시안, 수필가 고(故) 피천득 씨의 외손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제키브 등 스타급 연주자들과 협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들이 그의 열정과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내년 공연계획도 거의 다 세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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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그의 꿈은 지역을 넓혀가며 음악을 들려주는 일이다. 김 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워싱턴에서도 공연을 할 예정”이라며 “연주 횟수를 늘리고, 장소와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미국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뒤엔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께 우리의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