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행 '설렘'보다 '설움'

기간·계약제는 월세 부담에 세종시 이주 포기
결혼적령기 女직원과 학부모 직원은 혼자 이주
  • 등록 2012-10-23 오전 9:58:51

    수정 2012-10-23 오전 9:58:51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계약기간이 6개월 남은 총리실 직원 전모(40)씨는 세종시에 집 구하는 걸 포기했다. 전 씨는 기간제 사무직이라 공무원을 위한 아파트 특별분양도 신청하지 못했다. 셋방을 구하려 했지만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선인 세종시 인근지역 원룸 시세는 그의 월급(150만원)으론 감당하기 버거웠다. 결국 그는 고속철도(KTX)로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기로 했다. 한달 교통비만 40만원 선이다.

국토해양부 주무관 석모(44)씨는 지난 7월 가족들과 함께 세종시에 살 집을 구하러 내려갔다가 ‘기러기 아빠’가 되기로 결심했다. 석 씨의 아내가 “여기서 어떻게 살지 엄두가 안 난다. 나와 아이들은 내려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혼적령기인 총리실 직원 조모(31·여)씨는 세종시행과 함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꿈을 반쯤 접었다. 세종시 첫 마을 외곽에 오피스텔 전세를 구한 조 씨는 연고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면서 앞으로 누구를 만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그는 “세종시에서는 얼굴을 접하는 사람이 공무원 밖에 없다”며 “사내 연애를 하면 모를까 결혼 생각은 당분간 접었다”고 푸념했다.

지난달 국무총리실 선발대 129명을 시작으로 세종시로의 행정기관 대이동이 본격화되면서, 과천청사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공무원들이 누릴 수 있는 각종 이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간·계약제 직원들은 세종시 이전과 함께 일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또 ‘나 홀로 세종시행’을 선택한 결혼적령기의 20,30대 여성 공무원이나 학생을 둔 40,50대 공무원들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지난 4월 조사한 ‘세종시 이전부처 공무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만576명 중 1279명(12.1%)이 수도권에서 세종시까지 출퇴근하겠다고 답했다. 세종시로 이사하겠다고 답한 9297명 중 가족동반 이주는 5485명(59%), 단독이주는 3812명(41%)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가량이 현지 정착을 유보한 상태다. 올 연말까지 모두 4138명의 공무원들이 옮겨갈 예정이지만 개인 사정과 세종시의 미흡한 준비상황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 ‘설렘’보다 ‘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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