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주무관 석모(44)씨는 지난 7월 가족들과 함께 세종시에 살 집을 구하러 내려갔다가 ‘기러기 아빠’가 되기로 결심했다. 석 씨의 아내가 “여기서 어떻게 살지 엄두가 안 난다. 나와 아이들은 내려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혼적령기인 총리실 직원 조모(31·여)씨는 세종시행과 함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꿈을 반쯤 접었다. 세종시 첫 마을 외곽에 오피스텔 전세를 구한 조 씨는 연고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면서 앞으로 누구를 만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그는 “세종시에서는 얼굴을 접하는 사람이 공무원 밖에 없다”며 “사내 연애를 하면 모를까 결혼 생각은 당분간 접었다”고 푸념했다.
특히 공무원들이 누릴 수 있는 각종 이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간·계약제 직원들은 세종시 이전과 함께 일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또 ‘나 홀로 세종시행’을 선택한 결혼적령기의 20,30대 여성 공무원이나 학생을 둔 40,50대 공무원들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가량이 현지 정착을 유보한 상태다. 올 연말까지 모두 4138명의 공무원들이 옮겨갈 예정이지만 개인 사정과 세종시의 미흡한 준비상황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 ‘설렘’보다 ‘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