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인질도 인질범도 딱한 처지네요

'이것이 차이다' 첫 작품 '슬픈 대호'
  • 등록 2012-08-10 오전 10:57:33

    수정 2012-08-10 오전 10:57:33

연극 ‘슬픈 대호’의 한 장면(사진=이다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고아로 자랐다. 하지만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서른 살. 여자를 만났다. 순정을 바쳤다. 첫사랑이자 인생의 유일한 사랑이었다. 여자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에겐 아이와 남편이 있었다. 남자는 법의 처벌을 받아 사회와 격리됐다.

아버지의 시계방을 물려받아 성실하게 살았다. 대학 때 캠퍼스 커플로 만난 아내와의 신혼은 행복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빚이 생겼고 무기력한 가장의 한계를 절감했다. 아내와 딸을 지키기 위해 보험금이 필요해지자 목숨마저 버리겠다고 마음먹는다.

극단 차이무와 이다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한 ‘이것이 차이다’의 첫 작품 ‘슬픈 대호’ 속 두 주인공 심대호와 강대호는 이른바 사회의 루저로 몰린 이들이다. 연극은 시계방에 갇힌 둘이 서로의 신세에 공감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코미디답게 인질범과 인질로 마주친 둘의 말장난만으로도 종종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말장난은 국수 위 고명 같다. 현실에 대한 직설적인 풍자와 인생에 대한 페이소스가 기본 육수다. 깊은 맛은 아니나 시원하고 칼칼하고 뒷맛이 싸하다.

배우 이종욱과 문천식이 심대호와 강대호 역을 맡았다. 이종욱이 탁성으로 뽑아내는 경상도 사투리와 문천식의 전달력 있는 발성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공상아가 1인12역을 맡아 극의 전환을 주도한다. 민복기가 극작과 연출을 했다. 9월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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