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다른 살림으로 시작했던 두 회사가 합쳐졌다. 비록 내부일이지만 우리나라 여건상 쉽지만은 않았다. 이 과정을 통해 직원들이 단결해 각자 역할을 다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박수쳐도 될 듯 하다."
작년 6월1일. 이석채 KT 회장이 쿡TV를 통해 사내 전직원들에게 전파한 메시지다. 그만큼 KT-KTF 합병과정은 쉽지 않았다.
◇필수설비 제공 논란 수면 아래로..유무선 컨버전스 확산
KT(030200)가 합병을 발표하자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가 필수설비다. 필수설비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없어선 안될 설비를 말한다. 지하로 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해 묻어 둔 파이프라인(관로)과 지상에 세워져 있는 전봇대(전주)가 대표적이다.
관로와 전주는 각 가정으로 통신선을 연결하기 위해 꼭 필요했다. 경쟁사들은 필수설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KT가 후발사업자들에게 잘 공유하지 않아 사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KT-KTF 합병 전제조건으로 필수설비를 개방하도록 했다.
또 하나의 합병이슈는 지배력전이 였다. KT가 유선전화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어, 지배력이 이동전화 시장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경쟁우위에 있는 유선전화를 토대로 결합상품을 출시하면, 후발업체들은 경쟁대응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T-KTF 합병에 따른 지배력 전이 이슈는 `유무선 컨버전스서비스 경쟁`으로 표출되고 있다. 우선, 경쟁사들은 유무선 계열사간 합병으로 대응중이다. LG데이콤-LG파워콤 합병을 추진하려던 LG그룹은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합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내년쯤 SK텔레콤와 SK브로드밴드간 합병도 예측하고 있다.
KT는 유선전화·스카이라이프TV·초고속인터넷 상품을 묶어 한달에 4만5000원짜리 상품도 내놓았다. LG텔레콤은 인터넷전화·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IPTV 등 모든 통신서비스를 가정당 정액상품으로 만드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여기에 SK텔레콤 마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한다면 바야흐로 통신시장은 유무선 통합경쟁이 된다.
◇마케팅비 경쟁, 여전히 빠지기 쉬운 유혹
KT-KTF 합병에는 출혈 마케팅경쟁 우려도 나왔다.
KT와 같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회사는 비용구조가 커 가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케팅경쟁 없이 요금경쟁만 하겠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작년 한해동안 통신 3사가 쓴 마케팅비용은 무려 8조원에 달한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통신 3사 모두 마케팅비용을 대거 투입했다.
마케팅비용 절감은 어느 한 회사의 의지만으로 안 된다. 당장 경쟁사가 마케팅비를 늘려 가입자를 끌어가면, 자사 시장점유율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KT도 마케팅비용 문제 만큼은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결국 방통위가 최근 마케팅비 제한조치에 나섰다. 행정지도 형식으로 통신 3사에게 매년 매출액기준 일정비율만 마케팅비용으로 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유무선 서비스에서의 현금마케팅 경쟁은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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