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체인지업!)⑥`디자인`보다 `삶`이 먼저다

유네스코 디자인도시 지정 추진
디자인 개선 시민 공감 확보가 최우선
  • 등록 2009-05-22 오전 10:46:48

    수정 2009-05-22 오전 10:46:48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서울은 `디자인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깨끗하고 미래지향적인 도시 미관을 통해 서울의 문화적 품격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자는 의도에서 오세훈 시장이 택한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이를 위해 시는 2007년 4월 도시디자인 분야를 총괄할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시장 직속기구로 발족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서울만의 색깔`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해 10월에는 시정의 첫머리에 디자인을 두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로부터 `2010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됐다. 작년에는 대규모 국제디자인 축제인 `서울디자인올림픽 2008`을 열었다.

서울시는 디자인 경쟁력 강화가 도시 미관은 물론 디자인 산업을 육성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5년 7조원대인 우리나라 디자인 시장 규모가 10년 이내에 15조원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디자인올림픽 당시 시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이 겉모양 바꾸기에만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다. 종로 피맛골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살아왔던 환경이 바뀌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색깔과 기억이 사라진 것이다.

◇ 올해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 가입 추진
▲ 서울시의 가로디자인 개선 사업. 위부터 표지판, 간판, 보행로 (자료: 서울시)

서울시는 최근 도시 전체를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로 지정받기 위해 초안을 마련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유네스코는 2005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시작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창의성, 혁신성이 뛰어난 도시를 `디자인 도시`로 선정해 오고 있다. 앞서 독일 베를린, 캐나다 몬트리올, 일본 나고야, 고베와 중국의 선전이 디자인 도시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축적된 디자인 시정을 국제적으로 인증 받아 도시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네트워크 도시와의 교류협력으로 세계 디자인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로 지정될 경우 도시 홍보에 유네스코의 명칭과 로고를 사용할 수 있고 국제협력망도 구축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외적 홍보효과를 통해 관광 등 경제적인 효과가 증대되고 창조적 문화자산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을 통해 시민 자긍심이 부여될 수 있다는 점도 효과로 꼽힌다.


◇ 서울 전역에 `디자인` 바람

서울시의 디자인 전략은 크게 네가지로 ▲비우는(Airy) ▲통합하는(Integrated) ▲더불어하는(Collaborative) ▲지속가능한(Sustainable) `디자인 서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울을 뉴욕과 파리 등 세계 유수의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도시로 만든다는 것이 서울시의 구상이다.
▲ 해태를 상징화한 서울시의 `해치` BI. (자료: 서울시)


우선 쾌적하고 여유있는 공공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공시설물을 재배치하고 불필요한 시설은 없애 저밀도·고효율의 공공 디자인을 확립한다는 것이 `비우는` 디자인의 골자다.
 
`통합하는` 디자인 서울을 위해선 가로시설물을 시스템화하고 통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서울의 색깔, 형태를 브랜드화 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시민·전문가·행정의 파트너십을 형성해 `더불어하는` 디자인 도시를 만들고 친환경 소재 활용 등을 통해 자연과 인간친화적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것이 시의 구상이다.

시는 강동구 천호대로를 디자인 시범거리로 지정했으며 강남역 주변, 대학로 등 30개 거리에 1181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시설과 간판을 개선하는 `디자인서울 거리`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는 또 서울의 브랜드를 상징화해 `해치`라는 BI(Brand Identity)를 만들어 서울의 홍보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꽃담황토색`, `남산체, 한강체`등의 서울색, 서울서체도 개발해 시설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과 한강르네상스, 건물과 도로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도시정비 사업들도 궁극적으로는 디자인 개선 사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 서울시의 미래 랜드마크 디자인인 신라금관을 형상화 한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자료: 서울시)


◇ `시민의 삶` 배려 우선돼야

그러나 서울시의 디자인 사업이 시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 곳에 1000만원 가량씩의 비용을 투입해 거리의 가판대를 새 디자인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디자인과 시정의 홍보물로서의 기능만 강조됐을 뿐 실용성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종로 피맛골 같은 도심지역내 정비사업도 디자인 서울의 폐해로 지적된다. 낡은 집과 좁은 골목들을 현대적인 건물들로 질서있게 정비하는 것이 결국 서울에 대한 `기억`을 송두리째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디자인이 시민들의 삶과 실질적으로 연관되지 못하면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깜짝 이벤트`처럼 예술가들의 작품전시 같은 디자인 사업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면에서 영국 도시디자인의 석학 리처드 로저스 경이 오 시장과의 대담 때 내놓은 조언은 새겨둘만 하다.

"작은 건축물도 얼마든지 랜드마크가 될 수 있어요. 뉴욕에도 작은 공원들이 랜드마크 역할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사람들이 도심 속에서 얼마나 그것을 즐기느냐, 얼마나 특별한 것으로 인정하느냐입니다. 적절한 장소에 심은 나무 한 그루도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게 바로 디자인이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란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서울시가 시내 전역의 노점상에 적용한 가판대 모델 (자료: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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