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글로벌 증시 반등과 월초 G20 회의와 맞물려 외환시장에서도 강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신흥 통화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한동안 잠잠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도 재개될 조짐을 보이며 위험자산 선호의 부활을 알리고 있는 것.
그러나 글로벌 외환시장의 승자와 패자 사이에 정확히 선을 긋는 것은 간단치 않다. 선진국을 필두로 펼쳐지고 있는 전례없는 양적완화가 특히 향후 외환시장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 절대강자는 없었다..이미 뒤바뀐 질서
지난 해 금융위기는 한동안 약세로 고전했던 달러를 화려하게 부활시켰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었던 엔화의 입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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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안전자산인 스위스프랑 역시 스위스정부 스스로 자국통화 강세를 거부하면서 강세 지위를 포기했다.
이미 유럽 전역의 경기후퇴로 인해 고전했던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반등을 노리긴 했지만 싸움에서 밀린지 오래. 결과적으로 어느 통화도 안전한 도피처가 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기회를 엿보고 있던 자금들은 노련하게 움직였고, 최근 글로벌 증시 반등과 맞물려 글로벌 외환시장역시 새로운 기류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월초 G20 회의를 전후로 이머징통화들의 재기가 화려하게 전개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잇따른 경기부양책이 조금씩 작동하면서 엔화나 달러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이어, G20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이머징국가 지원 자금을 크게 확대키로 하면서 단비가 된 것.
지난 주 아시아 통화는 주간기준으로 5주연속 상승하며 지난 2007년10월 이후 최장기간 오름세를 탔다. 또 다른 위기의 진원지였던 동유럽 통화들 역시 모처럼만에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브라질 레알화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등 타 지역 이머징 통화 역시 강세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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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금융위기로 디레버리지가 가속화되면서 기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잇따랐고, 이는 엔화 수요를 부추기면서 강세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마무리된 것으로 관측돼 엔화가 약세로 전환한 요인 중 하나도 지목되기도 했다.
자산가격 변동성이 줄어들 때 보다 대규모의 자금들이 캐리 트레이드에 유입될 수 있고, 가격이 상승하면 디레버리지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 이를 반증하듯 금융위기 이전에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 널리 활용됐던 뉴질랜드와 호주달러가 이달 들어 적지 않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 양적완화 영향 혼재..소수파 통화 주목
다만, 위기의 끝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이상 외환시장의 리스크 선호 부활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특히 금융위기에 맞서 쏟아진 각국 정부들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들이 여러가지 관측을 낳으면서 일방향으로의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달러의 공격적 매도를 촉발한 연준의 국채매입 등 양적완화 확대는 유동성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달러 가치를 침식하는 듯했지만 일각에서는 경기회복 측면이 더 부각되면 달러 가치를 오히려 부양할 것이라는 전망도 맞서고 있다.
달러만큼은 통화량 증가가 환율을 침해하는 부작용보다 신용회복에 따른 경제성장률 증가 가능성이 더 압도적일 것이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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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양적완화 변수 자체를 피하기 위해서는 뉴질랜드나 호주,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주변국가 통화가 더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시적이든 일시적이지 않든 주식 시장 조정 영향을 피하기 위한 투자대안으로서도 가능하다는 것. 이른바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한달간 노르웨이 크로네화는 달러대비 9% 급등했고, 스웨덴 크로나화 역시 13%나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