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점’이 가른 大戰 … 할리우드 대작에 맞설만

22일 개봉 ‘적벽대전2’
  • 등록 2009-01-22 오전 11:45:00

    수정 2009-01-22 오전 11:45:00

[경향닷컴 제공] 지난해 여름 개봉했던 <적벽대전1: 거대한 전쟁의 시작>은 ‘적벽대전’의 시작 직전 막을 내렸다. 22일 개봉하는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에서 조조, 주유, 제갈량 등 영웅들은 전편에서 아껴뒀던 지략과 무공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수적으로 크게 열세였던 유비·손권 연합군 진영에 조조가 역병을 퍼뜨린다. 유비가 남은 군사를 이끌고 떠나니 동맹은 와해된다. 유비의 책사 제갈량은 신의를 지키기 위해 손권의 진영에 남는다. 제갈량은 3일 내로 10만개의 화살을 구해오고, 주유는 적에게 투항한 장수의 목을 베기로 목숨을 걸고 내기한다. 수적으로 우세한 적을 이기기 위한 전략은 화공(火功)뿐이지만, 바람은 손권 군에 불리하게 불어온다. 제갈량과 주유는 때를 기다릴 뿐이다.

전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기다리며 입맛을 다셨던 관객이라면 2편이 시작하고도 1시간가량 더 참아야 한다. 우위썬(吳宇森) 감독은 본격적인 적벽대전을 보여주기에 앞서 인물의 성격을 구축하고 관계를 설정하는 데 공을 들인다. 역병에 걸린 시신을 적진에 보낼 정도로 간사한 조조는 전투에 앞서 술을 마시며 시를 읊는 낭만적 풍모를 함께 지녔다. 병사로 위장해 적진에 침투한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은 무명의 조조군 병사와 피아를 초월한 우정을 맺는다. 뒤쪽에서 미모만 뽐내던 주유의 아내 소교조차 애민(愛民)의 충정에 목숨을 건다.

인간에 대한 세부 묘사가 끝나면 천하를 건 전투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 수십만 무명 군사들의 움직임과 주유, 조자룡, 관우, 장비 등 용맹한 무장의 활약이 함께 묘사된다. 한국, 중국, 일본이 투자한 이 영화의 제작비는 800억원대. <트로이> <킹덤 오브 헤븐> 등 할리우드 대작 사극에 맞서는 아시아 합작 프로젝트로서의 의도가 무색하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조조는 적벽에서 대패했다. 패배의 원인은 바람 한 점과 차 한 잔. 수십만 목숨의 대가로는 아이러니다. 아내를 구하고 전투에서 이긴 주유지만 “이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선언한다. <영웅본색> <첩혈쌍웅>으로 한 세대 남성 관객의 가슴을 흔들었던 우위썬이었다. 참혹한 시신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장수들의 발걸음 뒤로는 비장함과 허무함이 묻어나온다. 량차오웨이(梁朝偉)가 주유, 진청우(金城武)가 제갈량, 장첸(張震)이 손권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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