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김동현 교수팀은 최근 열린 서울국제암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1290명과 정상인 1061명을 조사한 결과, 간에서 알코올의 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잘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장암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배 높았다고 밝혔다.
김동현 교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잘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술을 한 두 잔만 먹어도 얼굴이 금방 빨개진다. 아세트알데히드 분해가 잘 되지 않으면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분류한 발암물질이다.
이들은 얼굴이 빨개지는 것 외에도 다음 날 머리가 아프고 구토가 나는 등 숙취가 심할 수 있다. 아세트알데히드를 잘 분해하지 못하는 유전형은 한국인의 약 16%로 서양인의 1~5%보다 훨씬 많다.
얼굴이 잘 빨개지는 이유는 간에서 알코올의 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잘 분해하지 못하거나 술 자체가 혈관을 확장하기 때문. 다사랑병원 전용준 원장은 "술이 약한 사람은 대부분 두 가지 요소 모두 작용하고, 술이 흡수된 직후에 일어나기 때문에 한 두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고 말했다.
이중 첫 번째 단계는 비교적 빨리 이뤄진다. 그러면 몸 속에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가 높아지는데, 두 번째 단계의 분해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암을 유발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체내 엽산도 파괴한다. 엽산은 DNA를 만드는 원료로, 부족하면 DNA 변이를 막아주지 못해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현 교수는 "엽산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이 적게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약 50%까지 적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집단에서는 엽산의 이런 효과가 3분의 1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술을 마셔도 얼굴에 아무 변화가 없는 사람들은 대장암으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술이 센 사람들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가 잘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안에 많은 양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술이 센 사람들은 대개 마시는 양도 많아 알코올이 대장 안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즉 알코올이 대장 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아세트알데히드가 대장 점막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는 "2005년 세계보건기구의 알코올 소비량 통계를 보면 한국은 아일랜드, 러시아에 이어 3위를 기록할 만큼 알코올 다소비 국가"라며 "유전적으로 알코올 분해에 취약한 한국인들은 특히 술 마실 때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장암 사망률은 지난 20년간 남성은 4.8배, 여성은 3.6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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