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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나는 가을 꽃
9월에나 핀다는 꽃이 벌써 한창이다. 꽃잎을 떨구고 열매를 맺는 야생화도 있다.
숲체원의 입구에서 ‘야생화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초입, 모싯대가 기다리고 있다. 모싯대는 9월에 피는 초롱 모양의 야생화. 흔히 해발 700~800m 높이의 고산지대에서 피는데, 꽃망울이 터지면 꼭 부끄럼을 타는 소녀처럼 고개를 떨군다. 그래서 높은 산에 올라 모싯대를 바라보면 고개를 숙인 뒷모습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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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물은 지금 청태산 산기슭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가을 야생화. 이름처럼 먹을 수 있다. 잎을 비비면 향긋한 내가 난다. 여러 개의 우산이 달린 모양으로, 자잘한 하얀꽃들이 한데 뭉쳐 피어난다. 참취는 ‘취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잎에서 나는 향이 워낙 달콤한 탓에 껄끄러운 털을 온 몸에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손을 잘 탄다. 10월까지 피는 가을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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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단풍취도 찾아보자. 깊은 산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 이 식물은 밤 하늘 위에서 온 몸으로 피고 지는 불꽃을 닮았다. 흩어지는 불꽃놀이를 연상하는 꽃이 또 있다. 바로 산비장이. 줄기와 가지 끝에 달린 대롱 위에서 보랏빛 꽃잎이 폭발하듯 피어난다. 비슷하게 생긴 고리엉겅퀴도 청태산 중턱 곳곳에 있다. 흔히 ‘곤드레’라 불리는 식물의 꽃으로, 특유의 연한 향기가 가을 정취를 자극한다.
이끼와 고사리
청태산은 습지가 많은 산이다. 이끼와 고사리를 비롯한 각종 양치식물이 지천에 널려 있다. 에서 숲 해설을 도와준 김영희씨의 설명이 재미있다. 김씨는 “예전에 태조 이성계가 이 곳에서 푸른 이끼가 깔린 커다란 바위를 발견하고 ‘크고 푸른 산’이란 뜻의 ‘청태산’이란 이름을 붙여줬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일부 학자들은 바위에 깔린 이끼에 주목해서, ‘청태산(靑太山)’의 ‘태(太)’를 ‘이끼태(苔)’로 고쳐서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 곳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끼는 털깃털이끼. 솔방울이 여러 개 달린 모양으로, 카펫처럼 숲에 넓게 퍼져 자라는 게 특징이다.
사라져가는 습지식물 중의 하나인 도깨비 부채도 있다. 크고 둥근 잎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야생초이지만, 최근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돼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다. ‘고사리원’에 있는 속새도 빼놓지 말자. 바늘을 여러 개 꽂아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요맘때가 되면 끝에 큰 혹처럼 생긴 포자가 매달렸다가 바람에 날려 번식을 시작한다.
숲체원에서 쉬어가기
9월 5일부터 모든 탐방로를 개방한다. 현재는 공사를 마친 1~3번 탐방로에서 제한적으로 손님을 받고 있다. 숲을 바로 앞에 두고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도 마련돼 있다. 가족이나 개인, 단체손님 모두 받는다. 15평짜리 통나무방이 성수기엔 하룻밤에 5만5000원, 비수기엔 4만5000원이다. 20명 이상의 단체손님의 경우, 미리 신청하면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숲을 둘러볼 수도 있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둔내IC로 들어서서 둔내 방면으로 1㎞를 올라온다. 면 소재지에 들어서기 전 나오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2㎞정도 가면 다시 사거리가 나온다. 직진해서 6㎞정도 달리면 왼쪽에 삽교 쉼터가 있다. 오른쪽 고속도로 건너편으로 간다. 둔내 유스호스텔 쪽으로 직진하면 오른쪽에 ‘청태산 자연휴양림’이 나오고, 이를 지나쳐서 영동1터널 쪽으로 올라오면 ‘숲체원’이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간판이 보인다. 문의 (033)340-6300, 숲체원 홈페이지 www.soop2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