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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광고대행사 리앤디디비(Lee&DDB) 부회장 레스 에드워즈(Les Edwards·53)씨는 뉴질랜드 사람이다. 1991년 처음 한국에 와 5년을 일하고 1996년 괌으로 떠났다. 그리고는 1999년 한국에 돌아와 지금껏 살고있다. 이미 겪어본 한국에 다시 오기로 결정한 건 “한국은 좋건 나쁘건 사건이 매일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항상 무엇인가 진행되고 있어 흥미진진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절대 지루할 틈이 없죠.”
- 고향 뉴질랜드의 평화와 고요가 그립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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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음식으로 향수를 달래나요. 그리운 뉴질랜드 전통음식이 있나요
“예전 뉴질랜드 음식은 영국과 비슷했어요. 투박하고 양 많고 맛 별로고.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에요. 세계 각국 이민자들에 의해 다민족사회가 됐고, 다양하고 국제적인 입맛을 갖게 됐어요. 뉴질랜드 음식은 딱 여기(이태원) 같아요(this is it).”
세계 각국 음식을 내 나라 음식처럼 먹는 나라, 거기가 뉴질랜드란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에드워즈씨는 “어디서 식사하면 좋을지 골라달라”는 부탁에 서울 이태원 해밀턴호텔 뒷골목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는 “뉴질랜드가 생각나면 여기로 온다”고 말했다.
해밀턴호텔 뒤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이 길지 않은 골목에 홍콩·미국식 중식당 ‘홀리차우’와 프랑스 비스트로(bistro) ‘르 생텍스’, 태국식당 ‘부다스 밸리’, 영국식 술집 ‘3 앨리 펍(3 Alley Pub·‘삼거리주점’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파키스탄(북인도)식당 ‘모굴’ 등 다양한 국적의 식당이 20여 개나 몰려있다. 한국에서 이만큼 국제화된 맛거리도 아마 드물 것이다.
이날 에드워즈씨는 이 골목에 새로 들어선 ‘로코 로카(Loco Loca)’를 골랐다. ‘미쳤다’는 스페인어 ‘로코(남성형 형용사)’와 ‘로카(여성형 형용사)’를 상호로 쓰는 식당답게, 색다른 음식을 낸다. 이탈리아 음식에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의 재료와 요리법을 결합한다. 양파와 베이컨을 얹은 피자에 선인장으로 만든 멕시코 술 ‘테킬라’를 뿌리고 불을 붙여 알코올은 날리되 술 향기는 배도록 한 ‘피자디야 테킬라(Pizzadilla Tequila)’가 대표 메뉴다.
- 와인은 뭘로 할까요
“뉴질랜드 와인 드셔보셨어요? 가격 대비 만족도가 아주 훌륭하죠.” 에드워즈씨는 뉴질랜드산 화이트와인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Kim Crawford Marlborough Sauvignon Blanc)’을 주문했다.
에드워즈씨는 이태원을 ‘문화 허브’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태원을 차가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아 보행자 천국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아름답고 쾌적한 유흥거리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태원 전체가 힘들다면 외국음식 식당이 몰린 해밀턴호텔 뒷골목만이라도 보행자 전용 거리로 하면 어떻겠냐는 얘기. 홍콩 유흥가 란콰이퐁(Lan Kwai Fong·蘭桂坊)이나 싱가포르 보트 키(Boat Quay)처럼. 에드워지씨는 이러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프레젠테이션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전 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 외국인 자문위원이었다.
- 이태원을 보행자 전용 거리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를 왜 제안했나요
- 비싸고 세련돼 보이는 거리라면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에 가보면 되지 않나요
“외국인에게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은 매력적이지 않아요. 겉으로는 국제화된 ‘척’ 하지만, 속은 아니에요. 외국인이 편하게 느끼고 즐길만한 거리는 이태원 뿐입니다.”
- 그럼 지금 이태원은 뭐가 문제라고 보십니까?
“전체적으로 낡고 쇠락한 느낌이요. 한국에서 거주를 고려하는 외국인들은 가장 먼저 이태원에 와 봅니다. 한국, 서울이 자신과 가족이 살만한 곳인지 보기 위해서죠. 그런데 ‘한국에서 여기가 그나마 외국인들이 올 만한 거리라는데, 이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레스 에드워즈씨와 ‘로코 로카’에서 먹은 음식&와인
● 피자디야 테킬라(La Pizzadilla Tequila) 1만4000원: 양파와 베이컨, 치즈를 넣고 토마토 소스 대신 생크림과 테킬라로 맛을 낸 피자. 담백하고 부드럽다. 테킬라는 플랑베(불로 알코올을 날려) 하여 향만 살짝 느껴질 뿐 알코올은 없다.
● 피자디야 무이 칼리엔테(La Pizzadilla Muy Caliente) 1만6000원: 매운 맛 피자. 매운 스페인 소시지 초리소와 할라피뇨 고추, 치즈와 옥수수, 콩으로 토핑을 올렸다. 평소 피자에 핫소스를 뿌려 먹는다면 강력 추천.
● 엠파나다스(Empanadas) 9000원: 남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이. 치즈와 고기로 채워 낸다. 겉은 파이처럼 바삭하고 속은 촉촉 부드럽다. 토마토와 고추, 양파 등을 갈아 만든 소스와 함께 먹는다. 전채 혹은 와인 안주로도 적합하다.
● 엔살라다 데 포요(Ensalada de Pollo) 1만4000원: 커다란 타코 셸에 닭고기·양파·고수·아보카도·고추·각종 채소를 넣고 사워크림을 뿌린 샐러드. 심심한 맛. 매콤한 다른 요리들로 얼얼해진 입을 진정시켜주기 안성맞춤.
● 포졸레(Pozole) 1만2000원: 조개 국물에 새우, 가리비 등 해산물과 옥수수 알, 고수를 넣고 끓인 수프. 멕시코에선 보통 돼지 등뼈나 닭으로 국물을 낸다.
와인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Kim Crawford Marlborough Sauvignon Blanc) 5만4000원: 뉴질랜드 최고의 히트작인 소비뇽 블랑 포도 품종으로 만들었다. 신선한 산도와 풍부한 열대 과일향이 함축돼, 매콤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해산물, 생선 바비큐에도 어울린다. 충분히 칠링해 마시면 더욱 맛있는 화이트와인이다.
해밀턴호텔 뒷골목에 있는 ‘세계 맛집’
로코 로카(Loco Loca): 라틴 스타일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바 겸 식당. 라틴 바답게 마르게리타나 모히토 같은 테킬라 또는 럼 베이스 칵테일도 많은 편. (02)796-1606
르 셍텍스(Le Saint-Ex): 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와인 한 잔과 함께 간단하게 식사하기 좋은 비스트로(bistro)다. 매일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플라 뒤 주르(plat du jour·오늘의 요리)가 맛있다. 일 플로탕트(ile flottant·계란 흰자와 커스터드 크림 디저트) 같은 디저트류도 맛있다. (02)795-2465
3 앨리 펍(3 Alley Pub): 영국 선술집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다. 기네스를 비롯 호가든, 벡스 등 여러 나라의 생맥주가 일품. 기네스 쇠고기 스튜, 피쉬 앤 칩스 같은 펍 음식도 푸짐하다. (02)749-3336
산토리니(Santorini): 한국에선 드문 그리스 음식점.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이 매력이다. 그리스 대표음식 무사카, 연어알로 만든 스프레드 ‘타라마살라타라’를 피타 브레드에 발라 소나무향 살짝 감도는 레치나 와인에 곁들여 먹으면 지중해 향취에 흠뻑 빠질 것이다. (02)790-3474
부다스 벨리(Buddah’s Belly): 라운지 바 느낌이 나는 태국식당. 은은한 촛불 조명과 매혹적 음악이 젊은 손님들을 자극한다. 부드럽고 세련된 태국식 커리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닭고기 사테도 맛있다. (02)796-9330
게코스 가든(Gecko’s Garden): 예쁜 정원에서 즐기는 바비큐와 음료로 특히 여름에 사랑 받는다. (02)790-0540
모굴(Mogul): 오래된 파키스탄(북인도)식당. 야외 뷔페로 유명하다. (02)796-5501
홀리차우(Ho Lee Chow): 홍콩·미국식 중국음식을 표방한다.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 인기. (02)793-0802
아쇼카(Ashoka): 해밀턴호텔 안에 있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도식당이다. (02)792-0117
방갈로(Bungalow): 바닥에 모래를 깔아 해변에 온 기분. 바비큐 같은 간단한 음식과 술을 주로 판다. (02)796-1606
사이공 그릴(Saigon Grill): 쌀국수와 월남쌈 이외에도 베트남식 구이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 (02)793-7784
더 프라잉팬 블루(The Fryingpan Blue): 또 하나의 새로 오픈한 식당. 메이플 시럽 라테나 과일 크레이프 같은 디저트가 맛있다. (02)793-5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