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해, ''천년학''으로 스크린 컴백

[별별인터뷰]''서편제''는 소리 이야기 ''천년학''은 소리꾼의 사랑 이야기
  • 등록 2007-03-22 오후 12:00:00

    수정 2007-03-22 오후 12:00:00

[노컷뉴스 제공] 국민영화 '서편제'를 통해 소리꾼에서 배우로 거듭난 오정해. 그녀가 4월 12일 개봉하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축제'를 마지막으로 영화판을 떠났으니 딱 10년 만이다. 그동안 그녀는 결혼을 해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오정해는 '천년학'에서 다시 눈먼 소리꾼 '송화'를 연기했다.

세월이 참 유수와 같다.


-'서편제'가 93년에 개봉했으니 13년 만에 다시 '송화'를 연기하게 됐다.

▲"감회가 남다르다. '송화' 이전에 오랜만에 영화하는 기쁨도 있고 13년 전에 연기한 인물로 내가 다시 돌아간 느낌도 새로웠다.

'천년학'은 이처럼 여러 감정이 잔핏줄처럼 교차되는 영화다."


-제일 먼저 캐스팅됐다. 그동안 임 감독과 자주 연락했나.

▲"감독님과 나는 보통의 감독과 배우 사이가 아니다. '서편제'로 데뷔하면서 아버지 같은 존재로 여겼기에 결혼하고 애 낳고 키우면서 옆집 아줌마처럼 현장에도 놀러가고 감독님 상 받으면 축하해주러 가고 그랬다.

사실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감독님이 일부러 나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우연찮게 내가 필요해서 작업하게 됐다."


- 임 감독이 캐스팅을 제의하면서 "살 좀 빼라"고 했다던데.

▲"아들 영현이 엄마로 만족하며 살 때라 배우와 동떨어진 몸매를 하고 있었다.

(웃음) 물론 일은 계속 했다. 강의도 하고 공부도 하고 지방방송이나 라디오 진행도 했다. 단지 매스컴을 안 타니 사람들이 뭐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애 키운다고 말했다.

애 낳고 제일 많이 나갈 때와 비교하면 한 10kg을 감량했다. 그래도 여전히 얼굴은 크게 나온다.(웃음)"

 
- 급하게 살 빼느라 병원신세도 졌다는데.

▲"빨리 빼고 싶은 욕심에 식음을 전폐하다가 몸이 상해서 병원에 입원한 적 있다. 그때 감독님이 병문안 와서 '저기 가면 설렁탕 맛있는 집 있다'며 돈을 주셨다.

내 앞에서는 안쓰러워했는데 뒤에서는 '이제 됐다'며 좋아했다고 하더라.(웃음)"


-감량 말고 또 어떤 준비를 했나?

▲"일단은 소리를 재점검했다.

몇 곡은 결정돼 있었으나 감독님이 현장 콘티로 워낙 유명하잖나. 내용이 바뀌면 그에 맞는 노래를 새로 선곡해야 해서 그것에 대비했다.

내가 뛰어난 명창은 아니잖나."


-촬영 때문에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게 힘들진 않았나.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데 원래 엄마를 하숙생처럼 생각했다.

늘 일을 했으니까. 한 번은 '영화하면 1년 동안 못 볼 수 있다'고 겁을 줬는데, '할 수 없지 뭐'라며 이해하더라. 언젠가 방송에서 한 영화평론가가 당시 '서편제'의 흥행이 지금 '괴물'보다 더 대단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애가 그걸 본 뒤로 엄마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서편제'의 송화와 '천년학'의 송화는 어떻게 다른가?

▲"'서편제'가 소리꾼 송화의 삶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송화와 동호의 로맨스가 주제다.

나 또한 '서편제'를 찍을 때는 대학교 4학년에 연애경험도 없고 또 송화처럼 내 삶의 전부라 할 정도로 소리세계에 젖어 있었다. 그래서 마치 나를 송화인양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도 들고 결혼도 했다. 그래서 오정해가 10년 넘게 살아온 삶이 영화에 담겨 있다."


- 송화와 동호의 사랑은 어떤 사랑인가?

▲"사람마다 살아온 모습이나 나이에 따라 사랑을 해석하는 게 다르다. 감독님이 바라보는 사랑은 힘들고 고되고 때론 웃으면서 가는 인생사에서 길게 한숨을 내쉴 수 있는 호흡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감독님 생각을 어떻게 다 헤아리겠나. 그저 우리가 막연히 이해하는 느낌대로 영화를 찍었다.

젊은 세대에겐 절제의 미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이해하는 자에겐 끝없는 아름다움 같다."


- '천년학'은 어떤 영화일까?

▲"마음 편히 물 흐르듯 따라가다 보면 감동과 직면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론 마지막에 소름이 돋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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