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환] 이제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는 것은 쉬워도 파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부동산 상담 시마다 상담의뢰인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팔 때를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사실 우리가 1층이나 비로열층을 꺼리는 이유는 그 것이 로열층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아파트가 비싼 이유도 다 환금성이 반영이 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의 입지가 비슷한 아파트가 가격 차이가 많이 벌어지는 이유도, 단독이 아파트 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보여도 매매가 되지 않는 이유는 모두 환금성 때문인 것이다.
부동산 재테크의 최대 약점은 환금성이 타 투자 대상에 비해 형편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파트 등은 사용 가치라도 있어서 팔리지 많으면 전세라도, 월세라도 가능하지만 땅은 그냥 손해 볼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그러나 집을 처음 사는 입장에서는 나중에 팔 때까지 생각하는 사람을 드물다. 지금 사는 것도 골치 아픈데 파는 시점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환금성이 좋다’는 것은 팔기가 쉽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부동산 침체기에는 아무리 입지가 좋은 아파트라도 제 값에 팔리기 어렵다. 급매도 쳐다보지 않는다. 하물며 다른 아파트들은 말할 것도 없다.
1층이나 비로열층은 평상시에는 팔래도 팔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부동산 급등 기에는 1층이나 비로열층도 매도 호가 이상으로 팔려 나간다. 매수 자는 무조건 잡아만 한다는 심정에 로열층이고 비로열층이고 가릴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위에 1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나는 수년 전부터 부동산 급등 기를 이용해 그들에게 급등기에는 1층을 처분해야 할 좋은 기회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지 않다면 팔고 싶을 때 매매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부동산을 팔아 본 경험은 거의 없기 때문에 얼마나 자신의 부동산이 환금성에 취약한지 실감을 하지 못한다. 자기 부동산을 제 때에 팔지 못하면 더 좋은 물건을 살 기회를 잡아도 놓칠 수밖에 없다. 1000만~2000만원이라도 싸게 팔고 1억-2억원이 오르는 아파트를 갈아타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한다.
필자의 친구 중에 최근 입주한 서초구의 40평대 분양권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다. 해외 근무 중이라 당장 전세를 주든지 팔수만 있으면 팔겠다고 한다. 한 부동산 사이트의 매물 코너를 보니 현재 매물만 총 세대수를 앞지르고 있다. 전세 매물은 총 세대수의 2배나 된다. 물론 전세 물건과 매매 물건이 중복이 되었고 부동산마다 모두 중복이 된 동일 매물을 갖고 있겠지만 현재의 거래 두절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친구는 강남조차도 유명 브랜드의 한 두 동 짜리가 얼마나 환금성에서 제약을 받는지 뒤늦게 알게 됐다고 푸념이다. 그렇다고 급매물로 내놓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거래 비용을 생각하면 그래도 기다려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글쎄, 총 세대수가 154개인데 전세 포함 총 매물이 444개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