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선에선 탄약이 바닥났다

더블딥 가능성 현실화
  • 등록 2003-04-07 오전 11:08:17

    수정 2003-04-07 오전 11:08:17

[edaily 전미영기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군 수뇌부는 "이라크 전쟁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으며 사담 후세인은 이미 끝장났다"고 자신만만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전선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리세션(경기침체)이란 적과 대면하고 있는 경제 전선은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라크전 개전 이후 하루 하루가 지날 때 마다 미국의 경제지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이 이론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적인 위협으로 부상했다. 다행히 기술적인 의미에서의 리세션, 곧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피한다해도 노동 인구 확장을 따라잡을 만한 고용창출은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경제의 가장 큰 적으로 지목해온 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제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우려하고 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데이빗 와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경제가 안고 있는 유일한 문제가 아니란 사실은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끝나고 이란과 시리아, 북한, 프랑스 등과의 갈등도 해결되는 최상의 상황에서도 경기 급반등은 기대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그간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는데도 경제는 성장의 계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3년간 12차례에 걸쳐 기준 금리를 내렸다. 연방정부도 재정 지출을 급격히 늘려 2000년에 2370억달러였던 흑자를 기록했던 재정수지는 올해 300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와 재정지출 확대는 거의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3월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를 더욱 심화시켰다. 미국의 일자리가 3월에 10만8000개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개전 여부 및 유가 불확실성만이 기업투자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 부각됐다. 어쨌든 전쟁이 시작됐고 유가도 하향 안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 경제가 올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라크전과 더불어 사스(SARS) 확산으로 세계 경제의 먹구름이 더 짙어졌다고 진단하고 이에 따라 세계경제의 더블딥 위험이 가시화됐다고 주장했다. 로치는 "낙관적이 되려고 애쓰고 있으나 기댈 데가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 금리가 이미 40년래 최저치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된다 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 완화에 반응을 나타내는 주택이나 자동차 부문에선 이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경제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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